전국 절반이 규제지역인 나라.."차라리 전국을 규제하라"
조정대상지역 37곳으로 시작해
지방 중소도시까지 111곳 확대
청약·대출·세제 망라한 전방위 규제
"핀셋 개선" vs "전면 재검토"
정부의 주택시장 ‘핀셋’ 규제가 수술대 위에 오른다. 규제지역 지정을 통한 대책이 더는 효과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부작용을 키우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지방 중소도시로까지 확대한 규제지역 무더기 지정이 규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인사청문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런 지적에 공감을 나타내면서 장관으로 취임 이후 핀셋 정책을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의 고강도 규제지역은 조정대상지역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11월 ‘맞춤형’ ‘선별적’ 규제를 위해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불안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지적 과열이 발생한 지역에 대한 선별적·단계적 대응을 통해 시장 질서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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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보다 많은 규제지역
박근혜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조정대상지역 37곳이 현재 111곳으로 늘었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다. 정부는 7차례에 걸쳐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할 때마다 "일부 과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지역인 투기지역 지정 규모를 넘어섰다. 2003년 4월 처음 지정한 투기지역은 2007년 6월 93곳으로 불어나며 전국 250개 자치단체의 40%에 가까웠다.
현 정부 이후 늘어난 조정대상지역은 대부분 올해 추가됐고 지정 속도도 빨라졌다. 2월 5곳, 6월 27곳, 11월 7곳, 12월 36곳 등이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효과가 현 정부 들어 전방위로 강해졌는데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정대상지역은 전매제한 강화 등 청약 규제였다. 현재는 대출·청약·세제를 망라한다.
풍선효과와 '뒷북'이 핀셋 규제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면 비규제지역이 반사이익을 얻어 들썩인다. 집값이 한창 과열된 뒤에 늦게 지정하기 일쑤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려면 3개월간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지정 요건이 3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는 집값 상승률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SNS(소셜미디어) 등의 발달로 시장이 시차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현재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시장이 한창 달아오른 뒤에 이뤄지는 늑장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핀셋 규제는 시장을 왜곡한다.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수요와 가격 거품이 생긴다. 규제지역이 일반화하면서 비정상이 정상이 된 셈이다.
지역에 따른 세제 등 차등 적용으로 정부 정책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정부는 실거주 목적 이외 주택 구매를 투기로 보는데 규제지역에서만 세금을 중과해 억제하려고 하면 비규제지역에선 투기를 방조하는 셈이다. 정부도 풍선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방조가 아니라 사실상 조장이다.
규제지역은 시한부 대책이다. 규제 대상이 버티기를 하면 효과가 없다. 과열이 가라앉으면 해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첫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9년 뒤인 2012년 5월 마지막으로 해제됐다.
최소화라는 규제 취지에도 어긋난다. 지정 지역과 규제 내용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읍·면·동 단위로 규제지역을 할 수 있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지난 17일 조정대상지역 단위를 더욱 세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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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장관 "'조기경보' 시스템"
변창흠 장관도 청문회에서 핀셋 규제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 시스템은 주택 가격이 오르는 곳을 파악하는데 2~3개월 늦고 3개월 이상 가격이 상승할 때 지정된다”며 “그러다 보니 너무 늦게 지정돼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의 ‘얼리워닝’(조기경보) 시스템처럼 부동산에도 빅데이터를 통해 가격이 오를 곳, 오른 곳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적절한 규제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정 요건 총족을 기다리기 전에 예고제 등을 도입해 미리 경고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핀셋 규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현재 시장이 핀셋 규제를 도입하던 2016~17년과 많이 달라졌다. 정부가 집값 과열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유동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넘쳐난다. 핀셋으로 집어내기엔 시장 불안 요인이 광범위해졌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지적 규제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풍선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전국을 모두 규제지역으로 지정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돈줄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핀셋 규제를 지역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장은 “규제하려면 광역 단위로 해야 하고, 지역보다 누구냐에 따라 규제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엔 대출 한도를 높여 주는 등 각종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시장을 뒤쫓아 다니는 임기응변식 규제보다 시장이 정상화할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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