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10% 올라 14년만에 최고

김동은,권한울,유준호 2020. 12.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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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10% 넘게 오른다. 국토교통부가 23일 발표한 '2021년 표준지 공시지가(안)'에 따르면 전국 표준지 52만필지의 공시지가는 2020년 대비 10.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12.40%를 기록한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세종시 표준지가 12.38% 오르고, 서울은 11.4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강남구의 공시지가 상승폭이 13.83%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12.63%), 송파구(11.84%)가 뒤를 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은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자리로 1㎡당 2억650만원이다.

[김동은 기자]


텅 빈 명동 상가…보유세는 최고 38% 뛰었다

국토부, 2021년 표준지 공시지가도 확 끌어올려

상위 10곳 모두 명동 상권

GBC보유세 19% 뛴 564억
롯데타워 11% 올라 417억

공실인데 세금 수억원씩 늘어
"공시가發 세금폭탄 유예필요"

토지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2021년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상가가 자리한 상업용지 공시가 상승폭이 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광역시도별 표준지 공시가 상승폭은 국회의사당 이전설이 나오는 세종이 12.38%로 가장 컸다. 서울이 11.41%로 뒤를 이었고 광주(11.39%), 부산(11.08%), 대구(10.92%), 대전(10.48%) 등 주요 광역시도 모두 전년보다 두 자릿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군·구별로는 강원도 양양군이 19.86%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시지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서핑 문화가 확산되며 교통이 좋아지고 펜션 개발도 활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표준지 공시지가가 급등하면서 실거래가와 비교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8.4%로 올해(65.5%)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나온 토지의 2021년 현실화율(68.6%)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맞추기 위해 2021년 공시지가를 급격히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단위 면적별 가격이 비싼 토지 1~10위는 모두 서울 중구의 명동 상권이 차지했다. 특히 18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명동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용지(169.3㎡)의 공시가격은 ㎡당 2억650만원으로 잠정 결정되며 처음으로 ㎡당 땅값 2억원 시대를 열었다. 2위는 명동2가 우리은행 용지(392.4㎡)로 내년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3.65% 오른 1억9900만원으로 산정돼 2억원에 육박했다. 땅값 3위인 충무로2가 의류매장 '유니클로' 용지(300.1㎡)는 ㎡당 1억8600만원에서 1억9100만원으로 2.69% 올랐다.

초고가 토지의 경우 내년도 공시가격 상승률이 2~3%대에 그쳤지만, 보유세 상승률은 20~30%에 달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명동 상가들이 역대 최악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세금은 올해보다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해 전국 상위 10개 필지의 2021년 보유세를 추산한 결과, 보유세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 명동지점 용지로 내년에 올해보다 38.15% 늘어난 6억3600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올해 공시가격 753억원이던 땅값이 내년에는 780억원으로 3.65% 올랐지만 세금 상승률은 공시가 상승률의 10배에 달했다. 명동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용지의 내년 공시지가는 올해 1억9900만원에서 3.77% 오르며 전년 상승률(8.74%)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내년 보유세는 2억3100만원으로 27.15% 늘어날 전망이다. 보유세는 소유자가 해당 토지만 보유했다고 가정해 산출했다.

강남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예정지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용지(7만9342㎡)가 ㎡당 6500만원에서 7395만원으로 13.77% 오른다. 이에 따라 내년 보유세는 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뛴다. GBC 용지는 땅값 상위 10위에는 못 들었으나 상승률은 전국 평균(10.4%)을 넘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있는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몰 용지(8만7183㎡)는 ㎡당 4700만원에서 498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6.0% 오르고, 보유세는 376억원에서 417억원으로 10.8% 오른다.

명동의 한 상가 소유주는 "공실로 임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데도 세금만 1년 동안 1억원이 올랐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많은 나라가 세금을 적게 걷거나 늦게 낼 수 있도록 유예해 주는데 한국은 세금을 더 걷어가고 있다"며 "공실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세금을 유예해 주는 등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 A시장에 위치한 76㎡ 점포 소유주의 재산세는 올해 319만원에서 내년 334만원으로 15만원(4.7%) 증가한다"고 밝혔다. 표준지 공시지가안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에서 24일 0시부터 열람할 수 있으며 소유자 의견 청취 등을 거쳐 내년 2월 1일 결정·공시된다.

[김동은 기자 / 권한울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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