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비웃듯이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불장'

전성필 2020. 12. 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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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일주일 만에 최고 상승률 갈아치워
규제지역 묶인 부산도 매매가 오르면 '정부 대책 효과' 실종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거래 비수기인 12월에 접어들었지만 가격 상승 폭을 확대하면서 전국적인 시장 과열세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효과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부랴부랴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식의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부동산원은 18일 2020년 12월 2주(14일 기준) 차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발표했다. 이번 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보다 상승 폭이 늘어난 0.29%를 기록했다. 지난주 상승률(0.27%) 대비 0.01% 포인트 커졌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7개월 만에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주 0.2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이번 주 들어 상승 폭을 확대하며 한 주 만에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수도권과 지방, 서울까지 전국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은 지난주 0.18%에서 이번 주 0.20%로, 서울도 같은 기간 0.03%에서 0.04%로 지난주보다 높은 변동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28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가했던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5주 연속 집값 상승 폭을 넓혔다. 강남구를 제외한 서초·송파·강동구는 지난주의 두 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서초구가 0.03%에서 0.06%로, 송파구는 0.04%에서 0.08%로, 강동구는 0.03%에서 0.06%로 상승했다. 부동산원은 “저금리 유동성 확대, 입주 물량 감소 및 전세 수급 불안 등으로 매수세가 소폭 증가한 가운데 강남 4구 주요 단지 및 정비 사업 기대감이 있거나 상대적 중저가 단지를 위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또 광진구(0.06%), 관악구(0.05), 마포구(0.05%), 종로구(0.04%) 등도 9억원 이하 단지나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강서구(0.04%), 노원구(0.04%)도 대규모 사업이나 정비 사업 등 개발 호재나 직주 근접 수요로 상승했다.

경기도 역시 지난주 0.27%에서 이번 주 0.30%로 뛰었다. 규제지역 추가 지정을 앞둔 것으로 알려진 파주는 지난주보다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1.11%의 변동률을 보였다. 지난주 0.78%였던 고양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이번 주 0.88%로 더 늘었다. 이밖에 성남 분당구(0.47%), 광주시(0.45%), 남양주시(0.38%), 오산시(0.37%) 등도 상승 폭이 컸다. 인천은 지난주와 같이 0.15% 상승했다.

지방 아파트값도 과열세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지난주 0.35%였던 지방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 주 0.38%로 상승했다. 지방 아파트값은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매매 수요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외지인 투기 수요가 늘면서 풍선효과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포함된 바 있는 부산은 규제 이후에도 상승 폭이 더 커졌다. 부산은 2주 전까지만 해도 0.50%의 변동률을 기록했지만, 지난주 0.58%로 늘더니 이번 주엔 0.71%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심지어 규제지역인 남구(0.53→1.07%), 해운대구(0.26→0.37%)는 비규제지역 집값 급등에 이어 함께 상승하는 ‘역(逆)풍선효과’까지 나타났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때 제외됐던 부산진구(0.78→1.12%), 강서구(1.32→1.36%), 기장구(0.70→1.22%) 등에는 수요가 집중되면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규제지역인 광주와 울산도 각각 0.40%와 0.79%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전셋값도 여전히 오름세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30%로, 지난주(0.2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전주와 같은 0.24%, 서울도 지난주와 같은 0.14%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77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송파구(0.22%), 서초구(0.20%), 강남구(0.19%), 강동구(0.21%) 등이 상승세를 지속했고, 마포구(0.20%), 동작구(0.19%), 용산구(0.19%), 영등포구(0.13%) 등도 상승 폭이 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거주요건 강화 및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강북권 중저가 단지는 상승 폭이 확대됐으나 단기 급등한 강남권 고가 전세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방 아파트 전셋값도 0.36%로 지난주(0.34%)보다 더 올랐다. 상승률은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부산은 0.51%에서 0.52%로, 대구는 0.29%에서 0.33%로 올랐다. 또 광주(0.31→0.35%), 대전(0.39→0.41%)의 상승 폭도 확대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추가 대책을 암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을 추가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개최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추가 규제지역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부산 동래·남·해운대·연제·수영, 대구 수성, 경기 김포 등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후 한 달여 만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 당시 천안, 울산, 창원 등 3곳을 지목해 과열이 계속되는 지역은 추가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규제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파주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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