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던 강남 아파트값 8주 만에 상승세 전환

전성필 2020. 11.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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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8주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강남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규제지역 추가로 일부 과열세를 보였던 김포 등의 지역에서 진정세를 보였지만, 파주 등 비규제지역에서는 상승 폭을 키우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전세난도 전국적으로 심화하고 있어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이 또다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감정원은 26일 11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0.23%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주(0.25%)보다는 오름폭이 좁혀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상승률은 감정원이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였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올라 4주 연속 횡보했다. 동대문구(0.05%)와 강북·관악구(0.04%) 등의 중저가 단지 위주로 올랐다.

하지만 강남은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강남구의 경우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이 재건축 추진 기대감으로 이번 주 0.03% 상승했다. 지난주까지 7주 연속 보합(0.00%) 혹은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상승 폭이 크게 뛴 것이다.

서초구도 최근까지 15주 연속 보합(0.00%) 기록을 깨고 이번 주 0.02% 올라 상승으로 전환했다.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130.73㎡는 지난 20일 28억원(8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올해 8월 27일 세웠던 26억7500만원(9층) 신고가 기록보다 1억2500만원 오른 값에 거래됐다. 송파구도 지난주 0.01%에서 이번 주 0.02%로 상승 폭을 키웠다.

신규 규제지역 상승세 꺾였지만, 파주·부산 일부는 ‘풍선효과’

정부의 신규 규제지역 지정 효과로 수도권 아파트값은 0.15% 올라 지난주(0.18%)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특히 비규제지역으로 남았다가 지난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김포시는 지난주 2.73% 상승했다가 이번 주에는 0.98%로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정부 대책을 피해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파주시는 지난주 0.78% 상승에 이어 이번 주 1.06% 상승을 기록하며 상승 폭이 커졌다. 한국감정원은 “파주시는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 등 교통 기대감이 있는 운정신도시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고양 덕양구(0.49%)와 일산 동구(0.37%)·서구(0.34%), 남양주·광주시(0.30%), 의정부시(0.24%), 성남 분당구(0.23%) 등도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하며 경기 지역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부산도 규제 효과와 풍선효과가 함께 나타났다. 지난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부산시 해운대구(1.39%→0.62%)와 수영구(1.34%→0.43%), 동래구(1.13%→0.56%), 연제구(0.89%→0.47%), 남구(1.19%→0.74%) 등 5개 구는 모두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부산진구는 지난주 0.86% 상승에서 이번 주 1.03% 상승 폭이 커졌다. 또 금정구(0.46%→0.94%), 강서구(0.21%→0.52%), 북구(0.20%→0.36%) 등 8개 구의 상승 폭도 지난주보다 커졌다.

또 지방 광역시로 과열세가 옮겨가는 모양새다. 대전은 지난주 0.34%에서 이번 주 0.42%로 상승 폭을 키운 가운데 유성구(0.61%→0.65%), 서구(0.29%→0.40%), 동구(0.18%→0.37%) 위주로 상승 폭이 컸다. 울산도 남구가 지난주 0.81% 상승에서 이번 주 0.96% 상승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8개도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 주 0.22%를 기록하며 한국감정원 통계 작성 이래로 가장 높았다.

전국 전셋값 73주 연속 상승…전세대책 효과 미미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인 전세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전국의 전셋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이번 주 전국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이 0.30% 상승했다. 지난주 상승 폭과 같았다.

수도권(0.26%→0.25%)은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을 소폭 좁혔지만, 서울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0.15% 올랐고, 지방은 0.33%에서 0.34%로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정부가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해 전세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책 내용이 빌라·연립 공급에 맞춰져 있으면서 아파트 전세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시장을 중심으로 나온다.

특히 서울에선 정부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73주 연속 상승했다.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8월 첫째 주 0.17% 상승해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월 1∼3주 0.08% 상승을 유지한 데 이어 4주 0.10%, 11월 1주 0.12%, 2주 0.14%, 3·4주 0.15%로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강남 4구와 마포·용산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서초·송파·강동구가 각각 0.23% 올라 가장 높았고, 강남·마포·동작구 0.02%, 용산구 0.16%, 관악구 0.15% 등도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경기도에서는 한강신도시가 있는 김포시(1.01%)의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고양 일산동구(0.46%)·덕양구(0.46%), 광명시(0.39%), 안산 단원구(0.38%), 남양주시(0.37%), 성남 분당구(0.31%), 의정부·양주시(0.35%) 등도 상승률이 높았다.

지방도 지난주 0.33%에서 이번 주 0.34%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커졌다. 세종은 지난주 1.15%에서 이번 주 1.36%로 상승 폭을 다시 키웠다. 부산은 기장군(0.68%)과 부산진·남구(0.59%), 연제구(0.57%), 강서구(0.52%) 등을 중심으로, 대구는 중구(0.36%)와 수성구(0.32%), 대전은 유성구(0.95%)를 중심으로 각각 상승률이 높았다. 한국감정원은 “저금리 환경에 청약 대기수요와 거주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하면서 학군과 교통이 좋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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