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66주째 상승.. "추석 이후 더 오른다"

진중언 기자 2020. 10. 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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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전망

정부 부동산 대책 여파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전셋값은 계속 치솟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택 임대차 관련 분쟁의 절대다수가 보증금 3억원 미만 서민 주택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8월 3일,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3법' 시행 된 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인근 부동산에 매물 물건이 붙어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의 핵심 이슈로 ‘전세난’을 꼽는다. 가을 이사 철을 맞아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셋집 구하기는 몇 달째 ‘하늘의 별 따기’다. 전세 시장 불안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주택 정책 목표를 ‘집값 잡기’가 아닌 ‘전세 시장 안정’으로 바꿔야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불안한 무주택자들

4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前週)보다 0.09% 올라 6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주일 전(0.08%)보다 상승 폭이 조금 커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4구’의 전셋값 상승률(0.12%)은 0.02%포인트 올랐고, 노원구(0.14%)는 1주일 전 상승률(0.07%)의 2배를 기록했다.

노원구에서는 입주 24년 차인 ‘하계1청구’ 전용면적 84.6㎡ 7층 전세 매물이 지난달 처음으로 5억원에 계약됐고, 동작구에서는 입주 28년 차 ‘극동아파트’ 전용 84.3㎡가 9월 말 5억3000만원으로 전세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5월까지만 해도 안정세를 보이다가 6월(0.24%), 7월(0.45%), 8월(0.65%) 등 계속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안평금융센터 지점장은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으로 계약 갱신 청구권이 시행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급감해 전셋값이 초강세”라면서 “최근엔 집주인의 월세 전환도 늘어나 전셋집을 구하는 무주택자들의 고충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법이 세입자들의 권리를 우선 보장하지만, 임대차 분쟁이나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 현황 6745건을 분석한 결과, 신청 건수의 97%가 보증금 3억원 미만 주택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계한 2017~2019년 전세 보증금 반환 사고 2035건 중 84%(1708건)가 보증금 3억원 미만 주택이었다. 김 의원은 “중산층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에 거주하는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주거 약자가 임대차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혼란에 세입자 부담 가중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전세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개정으로 시장에 대혼란이 생겼고, 그 충격이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전반적으로 전셋집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오고 있어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전셋값이 1주일에 0.5% 안팎 급등하는 현상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본격적 이사 철이 시작되면 전세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이 최근 거래 급감으로 비교적 잠잠한 매매 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뜩이나 아파트 매물이 없는데 임대차법까지 더해지면서 입주 가능한 매물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정부 규제로 주택 수요가 잠시 주춤해도 언젠가는 살아날 수밖에 없고, 그때도 지금처럼 매물이 없다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여파로 매매 시장이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다주택자와 법인들이 보유세 부담 때문에 내놓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매매가격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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