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가구 단지에 전세 2건.. 노원·도봉 전셋값도 급등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는 5540가구 규모 대단지인데 전세 매물은 달랑 두 건이다. 이조차 18일 나온 것으로 그 이전 2주간은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었다. 단지 내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13억원에 나온 64평 전세가 오늘 15억원에 나왔다”며 “지금 있는 전세 매물도 내일이면 바로 나갈 것 같다”고 했다.
임대차법 개정 후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인데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는 단지도 있고, 심지어 주변 단지까지 전세값이 내리기 마련인 대단위 신규 입주 단지조차 전셋값이 되레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말 임대차법 개정은 비교적 조용하던 서울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 전셋값마저 들쑤셔 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난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전(事前) 청약 등 당장의 집값을 잡기 위해 전세 수요를 늘리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석 이후 본격 이사철에는 전세 대란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법發 ‘전세 소멸’ 현실로
일반적으로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월세 매물의 배(倍) 정도로 많다. 하지만 최근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이런 구조가 바뀌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7월 30일 3만8873건에서 지난 16일 1만3384건으로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도 2만3525건에서 1만2792건으로 46% 줄어들었지만, 전세에 비하면 감소 폭이 작다.
아실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서울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261곳 중 122곳의 전세 매물이 5건 이하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청솔우성(1542가구), 양천구 목동신시가지2단지(1640가구) 등 9곳은 0건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전세 소멸’ 단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서울 25구 중 강남구·송파구·마포구·용산구, 중랑구 등 10구에선 전세와 월세의 매물 수가 역전됐다. 임대차법 시행 전에는 서울 25구 모두 전세 매물이 월세 매물보다 훨씬 많았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90을 기록해 2013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96.9)에 근접하고 있다. 이 지수가 클수록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100이 균형점, 200이 최대값이다.
◇입주 물량 쏟아져도 전셋값 더 올라
보통 대규모 아파트의 입주 시즌이 되면 주변 전세가는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임대차법 개정 이후로는 더 이상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다음 달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힐스테이트 클래시안(1476가구)’은 전용 59㎡ 전세 매물이 6억5000만원에 나왔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5억원 정도였다. 이달 말 입주하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의 전세 호가(呼價) 역시 59㎡ 기준 10억원선으로, 두 달 전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신길뉴타운 근처 S공인 관계자는 “실거주 요건이 강화돼 직접 입주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데다, 전·월세를 내놓는 집주인들도 앞으로 4년 간 임대료를 못 올리는 만큼 최대한 높은 값을 받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경기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11월 입주 예정인 광명 ‘두산위브에코자이(2104가구)’ 84㎡는 현재 6억 5000만~7억원 사이에 전세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인근 단지보다 1억~2억원 높다.
◇잠잠하던 서민 주거지 전셋값도 들쑤셔
임대차법 개정으로 인한 전세 대란은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강북 인기 지역은 물론, 지금껏 전세 시장이 비교적 안정돼 있던 중저가 아파트 단지까지 들쑤셔놨다.
노원구 아파트 전셋값은 4~5월 7주간 0.1% 떨어졌다. 하지만 임대차법 개정 후 7주 간은 0.63% 급등했다.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0.09%였던 전셋값 상승 폭이 0.43%로 커졌다. 중랑구, 관악구, 금천구 등 집값이 비교적 저렴해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들도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상승률이 커졌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임대차법 개정의 영향으로 인기 지역은 물론,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에서도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은 뛰고 있다”며 “기존 전셋집에 살던 세입자는 계약 기간이 늘어나는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새롭게 전세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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