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분산 약발 다해가는 혁신도시, 입주민 붙들 투자 시급

전성필 2020. 9. 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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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집값 상승의 원인이 '서울 집중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연은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한시적으로 수도권 인구 분산효과를 가져왔지만 2019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마무리됨으로써 효용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혁신도시의 교통환경과 의료서비스 환경 등 만족도가 낮게 나타난 분야에 정부가 집중투자해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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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 장기적 해법을 찾자] (하) 해법의 키, 3040과 지방분권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집값 상승의 원인이 ‘서울 집중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삼고 공공기관·공기업 등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균형발전의 틀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공공기관·공기업 등의 혁신도시 1차 이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어야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혁신도시 인구는 목표의 4분의 3을 채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오히려 정부는 최근 들어 3기 신도시 조성, 서울 도심 고밀 개발 등 수도권 집중화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 인프라 집중→주택 수요 증가→과열→지방 쇠퇴’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선 수도권 대도시와 지방 간 각종 인프라 격차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민일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토연구원의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는 데 일부 효과가 있었다.

2013~2017년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던 인구가 순유입으로 전환되면서 비수도권 인구가 수도권 인구에 역전되는 시점이 8년 정도 늦춰지는(2011년→2019년) 효과가 있었다.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이 다소 완화하면서 광주·전남·충북·경북은 인구 소멸 위험에서도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공기관 1차 이전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자 또다시 수도권 인구가 순증하기 시작했다. 혁신도시로 이동하는 수도권 인구수는 2015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다. 지난해 기준 혁신도시 10곳의 인구는 20만5000명으로 당초 목표(26만7000명)보다 24.6% 적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지방 균형발전 기조가 현저하게 약해진 게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오히려 부추기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수도권·지방 간 불균형이 중장기적으로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고, 서울 도심에 고밀 개발을 조건부로 허용해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방 분산이 아닌 ‘수도권 집중 개발’로 정책 기조를 완전히 튼 셈이다.

수도권 과밀화 억제책이라는 균형발전의 기능을 복원하지 않으면 대도시와 지방도시 간 양극화와 수도권 집값 상승 기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연은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한시적으로 수도권 인구 분산효과를 가져왔지만 2019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마무리됨으로써 효용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혁신도시의 교통환경과 의료서비스 환경 등 만족도가 낮게 나타난 분야에 정부가 집중투자해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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