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집주인이 전세대출 연장 거부하면 세입자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

이기훈 기자 2020. 8.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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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대혼란]

"전세 계약 갱신 때 전세대출 (만기 연장) 동의를 안 해줘야겠다."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31일부터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전세를 내줘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러자 전세대출 연장에 동의해주지 않는 '우회로'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흘러다녔다. 이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행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셋 중 하나의 보증을 거쳐 전세대출을 내준다. 이 가운데 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는 전세대출 보증이 53%(작년 말 기준)로 가장 많다. 주택금융공사 보증은 세입자의 신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집주인 동의가 아예 필요 없다. 집주인이 대출 동의 안 해줘서 전세 계약 갱신 못 할 일은 없는 것이다.

다음은 HUG와 서울보증보험인데, 두 곳은 보증에 앞서 채권 양도 또는 질권 설정을 한다. 대출자(세입자)가 대출금을 안 갚는 경우, 전세보증금을 은행이 가져가기 위한 법적 절차다. 집주인에게 '질권 설정을 했다'고 통지하고, 집주인이 이걸 받아야 법적 효력이 생긴다. 집주인이 전세 갱신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보증기관 통지서 수령을 기피하는 방식으로 전세대출 연장을 방해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부는 "필요하면 보증기관 내규를 고쳐 이런 문제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다만 집주인이 피해 다닌다고 하더라도, 기존 전세대출금을 증액 없이 만기만 늘리는 건 가능하다. 기존 대출에 대해선 질권 설정 등 절차가 이미 끝나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입자가 추가 부담할 금액은 아주 크지는 않다.

예컨대 4억원에 전세 사는 A씨는 최대 3억2000만원(4억원×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2년이 지나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전세금은 최대 5%만 올릴 수 있다. 전세금이 4억2000만원이 되는 것이다. 만약 전세대출금을 증액하면, 3억3600만원(4억2000만원×80%)까지 대출 가능하다. 반면 집주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기존 대출금(3억2000만원)을 만기만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세입자의 최대 추가 부담액은 오른 전세금 2000만원이다. 이사 비용·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새로 전셋집을 구하러 나갈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집주인이 애써 금융기관 연락을 피해도 세입자가 그대로 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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