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혼란, 2년 후엔 大亂

김유리 2020. 7. 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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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임온유 기자]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의 국회 통과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전월세 시장의 더 큰 혼란은 2년 후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기존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계약 갱신을 허용해 법 시행 초기의 임대료 폭등은 단기적으로 막겠지만 결국 한 차례 갱신된 기존 계약이 종료되면서 집주인들이 억눌렸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법 소급 적용이 일시적인 불끄기에 불과할 뿐 부작용을 막을 근본적인 방안은 안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존 계약 갱신 만료되는 2년후 대혼란 불가피

여당이 계획대로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다음 달 초 국무회의 통과와 함께 즉시 시행된다.

일선 중개업계에서는 새 규정이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된다는 점에서 일단 법 시행 직후에는 최근 가파른 전세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봤다. 다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문제는 '2년 후부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 시행 후 한 차례 갱신된 기존 계약이 종료되면 집주인들이 새로 맺는 전월세 계약 때는 2년간의 전셋값 상승분은 물론 향후 4년간의 임대차기간 상승분을 선반영해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2022년 가을부터 임대차3법의 부작용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최근의 전세가격 급등 역시 임대차3법 시행을 앞두고 그간 시세 대비 낮았던 가격 조정 및 미래 가격 상승 예상분에 대한 선반영이 이뤄진 결과다. KB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대비 1%, 두달 만에 1.36%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2% 가까이(1.93%) 뛰었다.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가능성도 점쳐졌다. 저금리 상황 속 전세금을 올리는 데 제약이 생긴 데다 강화된 보유세 등도 부담이 되는 탓이다. 세금인상 분 중 상당부분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공급이 많으면 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수급 불안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의 '1가구 1주택 실거주' 기조로 집주인이 들어와 살아야만 하는 요건들이 늘고 있어서다. 당장 정부ㆍ여당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해서는 준공과 동시에 5년간 의무실거주 요건을 부과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상정, 이번 국회 회기 중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전셋값 상승의 완충 작용을 해왔던 대단지 입주에 따른 대규모 전세물량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강동구 상일동 A공인 관계자는 "1주택자도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선 팔기 전까지 2년 실거주해야 해 최근 집주인들이 일단 들어와 살려고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법 시행 전 대혼란 속 '집주인vs세입자' 갈등 심화

이미 법 개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집주인은 계약 갱신 없이 새로운 세입자를 들여 전셋값을 높일 방법을 궁리하고, 세입자는 법을 믿고 집주인 연락을 회피하며 버티기에 나섰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D 아파트를 전세 준 B씨는 최근 11월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세입자에 보증금 5000만원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가 '임대차3법 아시죠? 전세금 5% 넘게 못 올립니다'란 답변을 받았다. B씨는 "직전 계약 땐 이런 법이 생길 줄도 몰랐다. 시세가 1억원이나 올랐는데 5000만원도 올릴 수가 없게 됐다"며 "무엇보다 세입자의 저런 태도를 보니 억지로라도 들어가 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열은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계속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임대차3법 관련 글이 폭주하고 있다. 집주인의 '갱신거절 내용증명 어떻게 하나요' 등 문의부터 '중대하자를 이용해 내쫓으라' 등 선의에 어긋나는 해결책까지 등장했다. 세입자 역시 '집주인 부모님이 실거주 한다는데 어떻게 확인하냐' 등을 묻는 등 임대차3법이 두 집단의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대기업 직장인 C씨는 "요즘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가 나뉘어서 점심을 먹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면서 "현 부동산 상황이 집주인과 세입자를 적 사이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보호법을 원망하는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 갱신 거절 우려에 새 전셋집 구하기도 어려워진 데다 앞으로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12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 H 아파트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 E씨는 "새 아파트에 저렴하게 입주해 능력되는대로 보증금을 올려줄 계획이었는데 임대차3법이 통과되면 집주인이 들어와 살아야겠다고 이야기한 상태"라면서 "아직 연락이 안 왔지만 결국 갱신거절통보를 받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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