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주택임대차 시장 '격변'..신규 전월세 급등 우려 '마지막 산'

진명선 2020. 7. 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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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 상임위 통과, 주택시장 어떻게 재편되나
계약갱신청구권
입법 전 계약해지에 소급 적용 논란
"위헌 소지" "시장안정은 공익" 맞서
전월세상한제
계약 갱신 가격 인상폭 5%내로 제한
물가상승률·금리보다 높아 논란
지자체 조례로 구체 인상률 정할 듯
전월세신고제
실거래 정보 구축..내년 6월 시행
국토부 "세입자 협상력 높아질 것"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들머리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창에 아파트 가격 시세판이 붙어있다. 이종근 기자 roo2@hani.co.kr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1989년 개정 이후 계약기간 관련 개정이 이뤄진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의 기존 계약 적용 여부를 비롯해 신규 계약 배제로 인한 전월세 급등 우려 등 산적한 논란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 법 시행 이전 계약한 경우에도 적용될까

계약갱신청구권(청구권)은 2년 계약이 종료된 뒤 재계약을 할 때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세입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지 않은 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권한이다. 청구권이 1회 보장됨에 따라 기존 2년 계약기간이 4년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월세 체납이나 주택 훼손 등 세입자의 중대 과실이 있을 경우 임대인의 갱신 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계약 갱신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입자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도 2년이 지나면 임대인의 ‘처분’을 기다려야 했던 지금의 세입자 처지는 달라지게 된다.

법 시행 이전에 몇 차례 계약을 했든 법 시행 이후 재계약을 하게 되는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지금 살고 있는 임차주택에서 추가로 2년을 더 살 수 있다. 법 시행 이전 계약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소급 입법’ 논란이 제기된 바 있지만, 헌법이 인정하는 ‘부진정 소급’(형식적으로는 소급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소급이 아니라는 뜻)으로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과 관련한 위헌 소송에서 “개발을 완료한 사업에 소급해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동법 시행 당시 개발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장차 개발이 완료되면 부과하려는 것”이라며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여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부진정 소급 입법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례(2001년)가 있다.

관건은 법 시행 전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경우에까지 개정안을 적용하는 것이다.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까지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통지하지 않으면 계약 갱신이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하는 ‘묵시적 계약갱신제도’가 논란의 진원지다. 최근 일부 임대인이 이 기간이 도래한 계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정민규 변호사(법무법인 광화)는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는 의사표시를 하면 확정적으로 계약이 종료되므로, 이번에 법이 통과되더라도 소급에 해당되어 위헌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위헌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변호사)은 “묵시적 갱신과 새로 입법되는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에 의한 갱신은 별개의 제도”라며 “세입자 계약 갱신을 통해 주택임대차 시장이 안정되는 공익이 임대인이 세입자를 바꾸어 임대료를 인상하는 사익보다는 큰 것이어서 위헌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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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상승률 0%대인데 5% 상한 적절한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계약 갱신을 할 때 전월세 가격 인상 폭을 5% 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다. 민달팽이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전국 37개 청년단체는 지난 28일 ‘청년세입자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 5~8%, 정부 금리 13~15%에 달하던 1980년대 경제상황을 고려한 게 기존 법의 (계약기간 내) 5% 상한”이라며 “물가상승률 1%대, 정부 금리 2%대로 내려앉은 최근 경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1대 국회 때 발의된 개정안 가운데는 물가상승률(심상정, 김상희) 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3%포인트(이원욱)를 상한으로 제시한 안들이 있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물가상승률과 명목 경제성장률을 합쳐 3~4% 수준에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며 “5%는 상한으로서 시장 왜곡을 하지 않으면서도 임대료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인상률 상한을 5%로 명시하되, 구체적인 인상률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시·도별로 관련 조례가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 신규 계약 적용 안돼 4년 이후 전월세 급등 우려?

전월세 상한제는 신규 계약이 아닌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된다. 따라서 4년 계약이 끝난 뒤 다른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맺을 때 임대인이 전월세 가격을 대폭 올릴 가능성을 차단할 장치는 이번 개정안에 들어 있지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신규 계약자에 대해 적용할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과)는 “신규 계약을 규제하는 외국 사례는 거의 없다. 독일의 경우 규제를 하지만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신고 자료를 기반으로 한 표준임대료 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규 계약 적용은 현실적으로 전월세 신고제가 안착한 이후에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 확대, 집값 안정화 대책 등으로 전월세 시장 가격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특히 법 시행 이후 체결되는 신규 계약도 상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폭등 조짐이 보이고 있는 전월세 시장 불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 전월세 신고제 없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시행 가능한가

이번에 통과된 임대차 3법 중 전월세 신고제는 내년 6월 시행으로, 8월 즉시 시행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와는 시차가 발생한다. 전월세 신고제 없이 두 제도를 먼저 시행할 경우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월세 신고제와 무관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구권이나 상한제는 이미 계약 정보가 있는 기존 계약에 대해 적용되기 때문에 전국적인 실거래 정보를 구축하는 신고제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며 “신고제를 통해 투명한 거래 정보가 구축되면 세입자가 신규 계약을 할 때 협상력이 높아져 세입자 보호 대책으로 함께 묶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르면 9월 한국감정원이 실시한 전월세 신고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고 지역 범위 및 신고 기준 가격 등을 결정해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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