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녹취록 확인… 계엄군 선정 거짓말

강혜인 2025. 4. 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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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다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날의 진상을 역사에 낱낱이 기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12.3 비상계엄의 실체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에 동조한 세력 중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뉴스타파는 내란 수사기록 등 방대한 사건 기록을 통해 12.3 내란의 심층부 속,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장면들을 포착했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그날의 범죄 기록. [편집자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12.3 계엄 당일 국회 장악을 위해 하급 지휘관에게 수방사의 임무가 ‘정당하다’며 ‘합참’을 언급하는 등 거짓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방사가 합법적으로 계엄군으로 지정된 일이 없는데도, “수방사가 합참(합동참모본부)에 의해 계엄군으로 지정됐다”며 국회 장악 임무를 하달한 것이다. 

이 전 사령관은 그간 자신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상부의 명령을 소극적으로 이행했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하급 지휘관에게 계엄 당일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적극적으로 병력을 동원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불법 지시를 이행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진우 수방사령관-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 녹취록 확인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입수한 이진우 전 사령관과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김 단장에게 12월 4일 새벽 12시 2분쯤, “우리가 계엄군으로 지금 선정이 됐다. 합참에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가 이제 움직이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4일 새벽 12시는 이미 일부 특전사 병력과 수방사 선발대가 국회에서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던 시점이자,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국회 경내로 진입하던 시점이었다. 수방사 군사경찰단은 부대에서 출발해 국회 인근에 거의 도달한 상태였다. 군사경찰단 선발대는 이날 12시 4분에 국회에 도착했다. 

통화 당시 전후 맥락을 보면, 먼저 이 전 사령관은 김 단장에게 국회 외곽 상황이 혼잡해 ‘수방사 MC(Moter Cycle 부대)’는 국회 안으로 진입이 불가한 상황임을 설명했다. 당시 이 전 사령관은 “여기에 경찰이 완전히 막아서 절대 MC는 (국회 경내로) 못 들어간다”며 “외곽에서 기동 순찰만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OO애들 왔으면, 걔들은 담 타고 (국회 안으로) 집어넣어 보내. 본청에서 어디 하나 게이트 맡아서 거 못 들어오게 막는 것만 하라”고 지시했다. 이때 이 전 사령관과 김 단장은 국회 진입 병력이 ‘총’은 들고 가지 않되, 삼단봉은 소지하는 것으로 논의했다.

나아가 이 전 사령관은 위 언급된 부대가 국회 안으로 진입하면 ‘(사람들을) 체포하고 끌고 나갈 것’을 지시했다. 그는 김 단장에게 “우리가 계엄군으로 선정이 됐고 그래서 움직이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임무는) 정당하니까 당신들(수방사 군사경찰단)은 경찰이니까, 국회에서 OO애들과 부딪히면 경찰이 가서 당신 체포한다고 하고 끌고 나가라”고 김 단장에게 지시했다. 이어 “과감하게 (하라)”“최대한 경찰들 많이 들어가야 된다, 안에”라고 강조했다.

해당 녹취록을 토대로 김 단장의 검찰 진술과 국회 내란국조특위 회의록 등을 종합하면, 당시 이 전 사령관은 ‘수방사 군사경찰 특임중대를 국회 안에 투입해 불응자들을 끌고 나가라’고 김 단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진우 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임무를 하달 받았다”며 “OO중대는 비무장으로 담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가 국회 협력관실 양재응 장군을 만나 게이트를 하나 받은 다음 그곳을 차단하라, 통제를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체포해서 밖으로 내보내라, 당신들은 군사경찰이니 합법적인 범위에서 그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앞선 통화 녹취록과 일맥상통하는 진술이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2차 공판 기일에서도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과 검찰 측 주신문에서 현출된 증거다.

이진우 전 사령관의 말이 거짓인 이유①

그런데 이 전 사령관이 김 단장에게 국회 병력 투입을 지시하면서 했던 “우리가 계엄군”이라는 말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일단 명백하게, 수방사는 합참에 의해 계엄군으로 ‘지정’된 일이 없다. 계엄 당일, 수방사의 병력 이동은 정상적인 군 지휘 체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합참은 배제된 상태였다.

계엄 당일 수방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계엄 선포 전부터 병력 출동을 준비했다. 계엄 선포 이후엔 곧장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켰는데 합참에는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VTC(전군지휘관 화상 회의)에서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은 제한사항을 확인하고, 기존에 하달했던 임무를 정상적으로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김용현 전 장관의 이 같은 말을 들은 합참 측은 “‘우리가 모르는 임무가 있을 수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추후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진우 전 사령관의 말이 거짓인 이유②

합참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수방사가 계엄군으로 지정된 일’ 자체가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김명수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 박안수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특전사나 수방사를 계엄군으로 지정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2월 4일 국회 내란국조특위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에게 “계엄군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 정보사에 대해서 계엄군으로 지정하고 국방부장관이나 대통령에게 승인을 받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사령관은 “그런 과정은 없었고 (김용현) 장관님께서 지휘하고 계셨다”고 답했다. 

이진우 전 사령관의 말이 거짓인 이유③

물론 ‘군사경찰’의 경우, 정상적인 계엄 선포 상황이라면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계엄 임무 수행군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합참의 교본인 ‘계엄실무편람’에는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 지역 안의 군사경찰 기관은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계엄임무 수행군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예컨대 계엄 선포 지역이 서울이라면, 수도권에 있는 수방사 군사경찰 부대가 계엄임무 수행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일의 비상계엄은 시행 일시나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도 공고되지 않은 ‘초법적 계엄’이었다. ‘계엄 지역’이 명확히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방사 군사경찰단이 자동으로 계엄군이 되었다고 볼 근거는 없었다.

더욱이 합참은 계엄시 각군 군사경찰의 임무를 질서 유지로 한정한다. 이진우 전 사령관이 지시한 “국회에 들어가 사람들을 체포하고 끌고 나가라”는 명령은, 설령 군사경찰단이 계엄군으로 지정됐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을 넘어서는 부당한 지시다. 그럼에도 이 전 사령관은 김창학 단장에게 이를 ‘정당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검찰 조사선 ‘합참 패싱’ “있을 수 없는 일”...하급 지휘관에겐 ‘합참’ 운운 

황당한 건, 정작 이 전 사령관이 검찰 조사에서 수방사가 ‘합참’을 패싱한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했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을 조사하면서 ‘합참이 어느 부대가 몇 명이 출동했는지, 선관위 등에 출동한 부대가 있는 줄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 군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물었다. 이 전 사령관은 이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 이 전 사령관은 검찰이 ‘수방사에 대한 작전지휘권은 합참에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도 “맞다. 병력이 움직이면 (합참)의장께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참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은 데 대해 검찰이 ‘합참의장의 작전지휘나 감독을 받았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상황이 되면 보고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결론적으로 이 전 사령관은 수방사가 계엄군으로 지정된 바 없고, 본인부터도 합참에 병력 이동을 보고하지 않았음에도 “우리가 합참에서 계엄군으로 선정됐다”고 부하 지휘관에게 거짓말을 했다. 또 이를 근거로 수방사 군사경찰단에는 과감하게 국회에 들어가서 어떻게든 불응자들을 체포하고 끌고 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1경비단과 같은 군사경찰이 아닌 부대도 국회에 출동시켰다.

이진우 전 사령관 측 “훈장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란 주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사령관은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지난 달 28일 열린 군사재판에서 “(출동 병력에) 소총을 두고 내리라고 했다. 군에는 소총이 생명인데 소총을 내려놓으라고 했다면 훈장을 받아야 하는데 왜 구속됐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 본인은 국회 내란국조특위에 나와 “제가 그날 그 시간에 있었기 때문에 제가 33년간 했던 경험을 최선을 다해서 그나마 역할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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