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시장 생전 용적률 1000% 이상 적용 초고밀개발 확정했다"

나현준 2020. 7. 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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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 회고
4대문에 용적률 1000% 이상
주택공급활성화지구 설정
서울의료원·DMC 랜드마크
용산정비창 용지서 1만여가구
13일 해당안 발표하려 했는데
박 시장 유고로 발표 미뤄져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이 27일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전 보좌관은 "도심 고밀개발안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살아 생전에 확정했고 13일에 발표하려 했는데 박 시장의 유고로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발표되고 있지 않은게 의아하다"고 밝혔다. [이승환 기자]
"(박원순 시장 생전에)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파격적인 도심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를 아직 발표하고 있지 않아요"

27일 오전 10시 광화문 모처에서 만난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은 이 같이 설명했다. 지난 2018년부터 2년 간 서울시 외부 정책자문그룹에 속해있었던 그는 올해 4월 서울시 정책보좌관으로 취임한 이후 3개월 간 도심 고밀개발안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다. 도심고밀개발안은 직주근접 욕구로 서울 도심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3040세대에게 충분한 부동산 공급을 하자는 목적이었다.

시 내부에서 최 보좌관과 몇몇 사람들은 '민주당 우파' '고밀개발파' 등으로 불리며 도심 고밀개발안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런 유고로 노력은 한순간에 일시정지됐다.최 전 보좌관은 "이번 주택공급 대책에 고밀개발안이 꼭 담겨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 도심 고밀개발안 어떻게 만들어졌나

▷4월부터 근무했다. 6월 초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주택도시공사(SH) 현안보고가 있었다. 저는 정책보좌관으로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은 '도심 고밀개발 공급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 총 4차례 회의를 가졌다.결국 안이 확정됐고 13일(월)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당과도 미리 교감했다. 8일 이해찬 대표를 만났고 이후 이낙연, 김부겸 당 대표 후보도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 박 전 시장은 고밀개발 찬성했나?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개발 재건축을 막고 도시재생만 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변화 의지가 강했다. 2018년 그린벨트 해제 건을 두고 민주당, 국토교통부, 청와대의 압력이 강했다. 당시 저는 외부 정책자문그룹이었는데, '도심 고밀개발'을 제3의 대안으로 조언했다. 박 전 시장 역시 이를 받아들여 당시 바르셀로나 출장에서 도심 고밀개발에 대해 발언했다. 소위 '바르셀로나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당시 집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 등의 외부요인으로 인해)서울시는 부동산 공급과 도심 고밀개발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4월에 보좌관으로 임명된 이후 서울시 내부에서 '도심 고밀개발'이 본격 추진됐다.

- 어떤 안들이 확정됐는가?

▷ 3040 세대들이 직주근접을 할 수 있는 곳에 대량의 공급을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모토는 '신도시가 아닌 신도심'이었다. 강남 및 여의도보다는 4대문 안 공급이 중요하다고 봤다. 4대문 안은 개발이 거의 정체된 상황이고 아파트가 별로 없어서 공급을 하더라도 가격 전염 효과가 적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 가지 방안이 준비됐다. 첫째, 4대문 안에 약 5000~6000가구를 공급하는 안이다. 남대문권, 을지로권, 서대문권, 동대문권 등이 검토 대상이었다. 지난 5월 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활용해 4대문 안에 용적률을 1000%~1250% 적용하려 했다.

다만 SH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방식을 취한다.

둘째, 서울 노른자 땅을 내놓아 약 1만 가구를 공급하려 했다.

서울 의료원 부지(3500가구), DMC랜드마크 부지(5000~8000가구), 구 중구청 부지(600가구) 그리고 용산정비창 부지 추가 활용(추가공급분 기준 2500가구·총 1만500가구)이 그것이다.

4대문 안 고밀개발과 시유지 개발을 통해 도합 1만5000가구(추가공급분 기준) 이상을 공급하려 했다. 언론에서 그간 보도된 SETEC 부지는 당초 검토했지만 결국 최종안에선 빼려했다.

셋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이다. 청약가점제와 대출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진 30·40세대에게 세대 맞춤형 주택공급을 하려했다. 지분적립형이란 분양가가 5억원이면 처음에는 40%(2억원)의 지분만 내고 소유권을 단계적으로 획득하는 분양 방식이다. 목돈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 사회 초년생의 집 구매에 유리하다.

-도심 고밀개발이라고 하지만 원룸 소형주택만 많은것 아닌가?

▷ DMC랜드마크 부지는 전용면적이 20~59㎡인 반면 서울의료원 부지는 전용 45~85㎡이다. 아울러 용산 정비창 부지도 30평대 공급을 줄이고 25평 기준 공급을 늘려서 추가 공급량을 만들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1,2룸 소형주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어차피 임대만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삼성동에 있는 서울 의료원부지의 경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인근의 노른자 땅이어서 분양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도 있어서 분양과 임대를 절반씩 가져가자는 식으로 논의됐었다.

분양 임대 비율은 확정적이진 않았지만 지분형 적립분양을 도입하면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걸 임대로만 채우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분양 물량을 50% 이상 제공하려 했다.

- 아직도 서울시가 발표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박 전 시장 유고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고위 관계자에게 '발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시장 장례 이후 더욱 커진 '미투 논란'을 부담스러워했다. 아울러 '정부 합동 부동산 TF'에 합류했기 때문에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발표하긴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미 준비된 방안이 있으므로 파격적 부동산 공급 방안 발표를 통해 현정부의 국정운영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줘야 한다. 정부 합동TF 발표에서도 7월 13일 발표 예정이었던, 4대문 이내 도심 고밀개발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 뜨거운 쟁점인 강남 재건축과 35층 규제 완화는 논의 됐는가?

▷둘 다 제가 서울시에 있을 당시엔 논의 되지 않았다. 특히 35층 규제는 2040 서울플랜이 바뀌어야 하는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주택공급방안과 연계시키진 않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서울이란 도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도심 고밀개발이 필요하다. 2000년대 영국의 사례를 보면 보수파인 찰스 왕세자는 전통 보존과 개발 반대를 외친 반면 진보파인 리빙스턴 런던시장은 도심 고밀개발을 주장했다. 진보도 개발 이슈를 가져갈 수 있다. 3040 청년들이 직주근접을 할 만한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이 도심 고밀개발이다.

서울시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곧 발표되는 주택공급방안에 기존에 계획된 4대문 이내 도심 고밀개발 방안과 서울시의 핵심 부지들이 꼭 포함돼야 한다.

▶▶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은

△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위 전문위원 △ 민주연구원 정책위원 △ 민병두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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