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언급에 내곡동 '들썩' 재건축 말 나오자 은마 '출렁'
은마 76㎡ 지난달 실거래가보다 호가 1억 ↑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 내곡동 주변 땅값 치솟아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임온유 기자] "말 한마디 나올 때마다 시장이 움직입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치권까지 가세한 부동산 공급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백가쟁명식 대책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시중의 불안을 키우는 모습이다. 당정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논의 소식에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에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지는가 하면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 제안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뛰며 요동치고 있다.
20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전용면적)의 호가는 현재 20억~21억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 최고 실거래가인 19억7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이 단지에서는 일시적인 매물 잠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며칠 전 은마아파트 매수 문의가 왔는데 집주인들이 모두 연락이 두절되는 바람에 거래가 불발됐다"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소식이 들리면서 호가는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원천 봉쇄된 상태다. 게다가 재건축 입주권을 얻기 위해서는 2년 실거주 요건도 충족해야 해 매수자 우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럼에도 최근 값이 뛴 것은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하자 이에 맞서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집값 자극을 이유로 서울시의 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말 한마디에 아파트값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실제 은마아파트 외에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 호가도 뛰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76㎡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직전 실거래가는 21억3300만원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1억원 이상 높은 22억~23억원에 형성돼 있다.
그린벨트 해제 논란 역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강남권 그린벨트는 물론 주변 땅에 수요가 몰리면서 호가가 치솟고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는 거래가 가능한 땅이 없을 정도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내곡동 B공인 관계자는 "2018년에도 이 지역 그린벨트가 풀릴 것이란 얘기가 돈 후 많은 손바뀜이 일어나 현재는 매물이 많지 않다"며 "매수자가 몰리고 있지만 웬만한 가격에는 땅 주인들이 팔 생각을 않는다"고 말했다. 세곡동 C공인 관계자도 "현재 전답 기준 그린벨트 시세는 3.3㎡당 250만~350만원 수준"이라며 "최근에 웃돈을 준다는 그린벨트 투자 문의가 많지만 수서역 쪽을 제외하면 살 만한 땅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지역 그린벨트는 과거부터 해제 가능성이 자주 언급되면서 이른바 '묻어두는 돈'으로 올해도 연초부터 많은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날까지 서울 그린벨트에서 870억원어치의 거래가 이뤄졌다. 아직 계약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집계되지 않은 건수가 있음에도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 그린벨트 거래액(771억원)을 넘어섰다. 지역별 투자액을 보면 내곡동에서만 75억원, 세곡동에서는 34억5000만원어치가 매매됐다. 세곡동과 맞닿은 강남구 자곡동 그린벨트에도 지난 3월 전(田) 1076㎡가 35억원에 한 번에 매매되기도 했다. 이는 단일 매매 건으로 올해 그린벨트 거래액 2위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계속될 경우 주변 땅값까지 자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린벨트가 풀리면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주변 땅으로 수요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개발 예정지 주변 땅엔 상업지구 조성 기대감으로 막대한 투자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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