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도 추미애 장관도 '그린벨트 훈수'
고위직 엇박자에 靑 염려커져
◆ 갈피 못잡는 부동산대책 ◆
최근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이제 겨우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 대상에 올려 둘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만 나왔는데 당정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달 말까지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아야 할 국토교통부 등부터 '백가쟁명'식으로 의견이 쏟아지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정부끼리 엇박자를 내며 시작된 그린벨트 논란에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해제 검토' 쪽에 손을 들어주자 19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잇달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정 총리는 한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그린벨트는 한 번 해제하면 복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당정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 발언이 결국 그린벨트 해제 쪽으로 정리됐냐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어서 완전한 반대는 아니지만 해제 신중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사도 같은 날 "서울 핵심 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 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며 "서울 강남 등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투기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정된 자원인 땅에 돈이 몰리게 하면 국가 경쟁력도 놓치게 되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청와대는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그린벨트 해제 등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해 보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 지사와 추 장관이 공개적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자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워낙 폭발력이 강한 이슈라 다들 자기 생각을 말하기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앞으로도 당내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실제 정책을 짜야 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서울시 등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서울시는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는데도,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자 '명백한 오보'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각자 의견을 내놓는 것은 말릴 수 없지만 정리되지 않은 의견을 쏟아내는 것은 지금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임성현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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