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세금 크게 늘었는데.. 아니라는 김현미

정순우 기자 2020. 7.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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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수장, 현실 부정인가 무지인가.. 1주택자들의 분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10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14일 "1주택자의 세금은 작년 말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1주택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금껏 집값을 잡겠다며 온갖 규제를 쏟아내고 과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1주택자도 부동산 세금 부담이 대폭 늘었는데, 김 장관의 인식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이 이날 "서울 아파트 공급은 충분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20번 넘는 부동산 대책이 수요 억제에만 집중했던 탓에 실패했고, 대통령까지 나서 공급 대책을 주문했음에도 주택 정책 수장인 김 장관은 공급 부족 문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현실조차 자기 고집대로만 인식하는데 어떤 정책을 내도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14일 "1주택자의 세금은 작년 말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 세율 상향 등으로 1주택자 세금 부담이 크게 늘었는데 김 장관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5월 김 장관이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장면. /고운호 기자

◇하고 싶은 말만 한 김현미

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7·10 대책은 증세를 위한 조치가 아닌, 부동산 시장의 불로소득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며 "1주택자 등 실소유자의 경우 작년 12·16 대책 때와 비교해 부동산 세제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했다.

최근 내놓은 6·17, 7·10 등 두 번의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가 1주택자의 세율을 직접 건드리지는 않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지만 현실에서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작년 연말 12·16 대책에서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이미 0.1~0.3%포인트 높이기로 했고, 정부·여당은 관련 법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2018년 9·13 대책에서도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율을 0.2~0.7%포인트 올려 입법까지 완료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 조치를 활용해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2017년 153만9240원에서 올해 324만9360원으로 늘어, 배 이상 수준으로 증가했다. 내년이면 452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4년 새 보유세가 3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날 김 장관은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논란과 관련해서도 '충분하다'는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올해 5만3000가구, 내년 3만6000가구로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 조사업체인 '부동산114' 집계 기준으로는 올해 4만8501가구, 내년 2만5021가구다. 내년 추정치가 1만가구 이상 차이 난다. 정부는 이런 민간 통계에 대해 "올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 후(後)분양 물량, 공공임대 공급 물량 등이 빠져 전망치가 낮아졌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전망치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은 후분양이 거의 없는 데다, 공사 기간 등을 감안하면 올해 분양한 아파트의 입주는 2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폐지 논란과 관련해 김 장관은 "임대차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굳이 민간임대 등록제도를 실시하지 않아도 정책 효과가 똑같이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2017년 김 장관 취임 후 첫 종합 부동산 대책인 '8·2 대책'을 낼 때만 해도 그는 "다주택자는 집을 팔거나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라"며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3년 만에 본인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이를 두고 '줬다 뺏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현 정부 들어 새롭게 만든 혜택은 없다"며 전(前) 정부가 준 혜택을 뺏은 것이라는 논리로 반박해, '뭐든 불리하면 전 정부 탓만 한다'는 빈축을 샀다.

◇"세금 대신 내줄 거냐" 1주택자 '부글부글'

이날 김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재산세 고지서에 찍힌 세금이 작년보다 늘었는데 증세가 아니고 뭐냐' '술은 마셨으나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거냐' '정부가 세금 대신 내줄 거냐' 등 냉소적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다(多)주택자에 규제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서울 집값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지방 집을 처분하고 강남 등 서울 인기 지역으로 몰리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서울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다. 정부 규제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른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 후로도 '투기 수요 탓'을 하며 규제를 쏟아냈고, 결과적으로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직장인과 은퇴 세대까지 과중한 세금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는 다주택자 세금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당수 1주택 실수요자도 세금 부담이 높아졌고, 집을 사고팔기도 어려워져 필요에 따라 집을 늘리거나 이사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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