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이 만든 풍경.. 다시 폭발한 강북 아파트 거래량
6·17 대책 이후 서울 강북권과 서남권은 오히려 거래량이 폭발하고 집값이 오르는 모양새다. 정부가 투기세력을 잡겠다며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을 조정지역으로 묶어두는 것을 골자로 한 6·17 대책을 내놨지만, 그 의도와는 정반대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 지역을 같은 규제로 묶어버리니 오히려 서울 주택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6개월 새 부동산대책을 3차례나 발표하고도 추가 정책을 저울질하고 있다. 대출과 세금 등 고삐를 잇달아 죄었음에도 주택시장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탓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29층 아파트는 지난 달 27일 17억원에 실거래됐다. 6·17 대책이 나왔지만 가격이 더 올랐다. 6·17 대책 전인 지난 달 13일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16억원에 팔린 바 있다.
거래량도 늘었다. 7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의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5월 아파트 거래건수가 627건이던 노원구는 6월 들어 1206건으로 늘었고, 도봉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89건에서 609건으로 두 배가 됐다.
서울 전역 아파트 거래량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잠시 주춤했다가 대책 발표 이후 다시 급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1월 1만1484건에서 올해 5월 5515건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6·17 대책 발표 이후 7일까지 9850건으로 거래량이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6·17 대책 이후 무주택자들에게 ‘지금이 아니면 절대로 못 산다’는 위기감이 생기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한다. 조정지역을 확대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진 탓이 크다.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비(非)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적용되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50%, 투기과열지구에선 40%로 낮아진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이 겹치며 거래가 다소 위축됐던 노도강과 금관구 등 지역에 6·17 대책 이후 그나마 대출이 가능한 저렴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뛰어들면서 아파트 매매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가 나오면 집값이 어김없이 올랐다는 학습효과도 무주택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20차례 넘게 대책이 나왔지만, 집값은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오르는 모양새를 보였다. 직장인 김현선(35)씨는 "집값이 좀 잠잠해지면 집을 사려고 했는데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입주할 수 있는 집을 찾아보는 중"이라면서 "이대로면 영영 못 사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당국이 반드시 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했던 강남구의 거래량도 늘었다. 강남구의 6월 아파트 거래건수는 481건으로, 지난해 11월(530건) 수준이다. 송파구와 서초구 역시 5월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늘기 시작해 6월 들어 12·16 대책 이전 수준으로 아파트 매매가 이뤄졌다. 강남구 도곡1동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3일 토지거래허가제 실시 이전에 계약이 몰린 것을 감안하고, 부동산실거래가 신고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강남에서도 역시 신고가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59.99㎡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효력 발효일 전인 지난달 20일에 25억원에 계약됐다. 3.3㎡당 1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기록한 이전 최고가(22억8000만원)보다도 2억2000만원 높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 등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졌어도 시중에 워낙 매물이 없는 상황이기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단기적으로 강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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