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이하도 자금출처 내라"..서민주거 사다리 걷어찬 정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서울 집값 반등 일주일만에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책 보완점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가계 자산을 좌우하는 국가 정책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1번째 '땜질식 처방전' 급조
규제에 묶인 곳은 집사기 어렵고
비껴간 곳은 집값 올라 서민 피해
정작 서울 지역은 큰 영향 없어
부동산 대책 만능주의 경계해야
# 식구가 많아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은행에 대출을 문의하고 계약금을 송금했는데, 이제 와서 대출이 안된다면 계약금을 날려야 합니까. 규제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매수 문의가 끊겼습니다.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너무 화가 납니다. (국토교통부 여론광장 A씨)
# 지금 부산의 부동산이 심하게 과열되고 있습니다. 해운대뿐 아니라 사직·동래·광안리 등에서 폭등합니다. 이것이 바라던 부동산 대책인가요? 실거주 입장에서 매일매일이 힘 빠집니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집값을 이렇게 만들고 서민을 고통스럽게 하나요? (국토교통부 여론광장 B씨)
정부가 서울 집값 반등 일주일만에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책 보완점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가계 자산을 좌우하는 국가 정책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위 10%도 자금 출처 밝혀내라= 기본적으로 무차별한 규제 지역 지정이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 많다.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에 포함된 인천에선 집값 상승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당장 대출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시민들이 거주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대출 가능 금액이 일제히 줄어들었다”면서 “집사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진작 집을 샀어야 한다는 후회감이나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금출처조사도 부담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 거래시 거래가액과 무관 하게 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억원 이하 주택의 거래 비중은 10~15% 수준으로, 사실상 하위 10% 내외 주택에도 감시의 칼날을 들이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매수에 나서는 모든 사람을 투기꾼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6억원 이하 주택에까지 엄격한 규제를 가해 사실상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라고 말했다.
규제지역에서 비껴 간 지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이번 대책에도 규제지역으로 포함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주요 아파트의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예컨대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145.8㎡(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15억8500만원에 계약됐는데, 한달 전(13억원) 보다 3억원 가까이 올랐고, 대책 이후 호가는 더 뛰고 있다.
▶21번째 대책 부른 서울 지역 ‘무더기 신고가’= 이번 대책이 나온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더 오른다. 특히 고가 아파트 시장 반등은 거침없다.
최근 서울 일대는 신고가로 거래되는 단지가 흔하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136㎡는 지난 9일 37억9000만원에 팔려, 작년 8월에 기록했던 최고가보다 4000만원 몸값을 올렸다.
대부분 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규제 끝판왕 12·16 대책 이전보다 몸값이 상승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95㎡는 이달 13일 35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신고가(33억원)에서 2억원 올랐다. 서대문구에선 DMC파크뷰자이1단지 120.5㎡가 15일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고, 재건축 이슈가 한창인 양천구 목동5단지 아파트 65㎡도 최근 15억원에 손바뀜 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소형인 27㎡가 곧 3.3㎡(평) 당 1억원을 찍을 기세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일 10억8500만원에 계약됐다. 이 규모는 정부가 이 일대에 1년간 한시적으로 정한 토지거래허가제에서도 제외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엔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자금 동원력이 낮은 실수요자는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면서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는 정부 규제에도 틈새를 찾아 향후 뛸만한 부동산 보유를 늘린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만원 넘보는 엔씨소프트..김택진 지분가치 9119억원 늘었다
- [단독] 신한·하나銀 '진지'한 동맹..해외서 공동경영까지
- '범죄집단' 박사방, 재판은 따로따로.."증언 피해자, 2차 피해 우려"
- [단독] 경단녀여성 재고용·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 연장
- "입주 코앞에 두고 오타라니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사라진 지하주차장' 논란
- [단독] 신한은행, 하반기 청약철회권 선제도입..은행권 최초
- 3차 추경 국회 공전에 3주째 표류..일자리·소비 촉진 등 '골든타임' 실기 우려
- [단독] 5G '먹통' 신고에 공정위 "문제없다"..속 터지는 소비자
- 민주 '先추경 後협상', 통합 '조건부 협상'..여야 강대강 대치 속 '플랜B' 솔솔
- 탈북단체, 경찰 수사에 정면대응?.."어젯밤 대북전단 살포"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