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힘든데 강제로 살라니"..6·17 쇼크에 잠실주공5·은마 '부글부글'

한 시민이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와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1년간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부동산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는 정부의 대책 관련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동이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고 하는데, 허가 조건이 대체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을 의무 거주해야 재건축 분양권을 준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많이 예민해져 있다"면서 "계속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사무실에는 전날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조합설립 인가 전이어서 조합원 분양신청 전까지 2년 거주하면 된다고 안내하는데, 실거주가 힘든 분들은 상황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격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동 일대의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23일부터 삼성동에 있는 아파트는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 금지되자 규제 전에 막판 급매 물건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잠실 종합운동장 바로 옆에 위치한 '잠실 엘스'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효력이 발생하는 23일 이전에 매매 계약을 타진하려는 문의와 방문이 잇달았다.

잠실엘스는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개발 소식이 전해진 뒤 전용면적 84㎡의 호가가 최고 23억원대로 올라섰다. 이 주택형은 이달 초 19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주 22억원까지 가격이 올라 매매 계약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엘스 전용 84㎡의 현재 최저 가격은 이달 잔금을 치르고 전세보증금 8억원을 낀다는 조건 하에 19억6000만원이다.

이번 대책에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이 담기자 최근 사업이 확정된 목동 신시가지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최근 목동 6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 이어 공공기관 적정성 검사까지 최종 통과하면서 유사한 조건에 있는 나머지 단지도 최종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이번 대책 발표로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 2단지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이 불투명해지자 불안감을 느낀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다. 입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안전진단 관련 정책이 목동을 타깃으로 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재도전을 준비 중이던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와 노원구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등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작년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추진에 제동이 걸렸으나 최근 잇따른 정밀안전진단 통과 소식에 재추진에 나선 상태다. 월계시영은 지난해 예비안전진단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최근 예비안전진단 재신청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노원구 삼호4차, 상계주공6단지,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등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준비 중이었으나 전날 정부 발표로 사업 추진에 난관이 조성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동안 오랜 기간 집값이 하락·정체했다가 최근에 '풍선효과'로 들썩인 인천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비판·희화화하는 글도 확산하고 있다. 자신을 검단신도시 수분양자라고 소개한 사람은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검단신도시가 다른 투기과열지구와 동일 선상에 놓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규제를 재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 단체 채팅방에서는 "인천 중구에 있는 실미도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는 메시지 캡처본과 영화 '실미도' 포스터 위에 "우리는 왜 조정지역입니까"라는 말풍선을 달아놓은 사진이 함께 올라오기도 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