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역풍]2040세대, 그들이 갭투자 나선 까닭은
서울 아파트 마련 11.7년 걸려
월급 모아선는 집 사기 어렵고
문턱 높은 '청약 당첨' 가점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최근 김모(36)씨는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아파트를 살까 고민 중이다.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 호가는 11억원에 육박하지만 전세를 끼고 살 경우 5억원만 있으면 된다. 현재 85㎡의 전셋값은 6억원이다.
김씨는 아내와 함께 모은 돈 3억원에 나머지 금액은 부모님께 빌릴 예정이다. 그는 “아파트값이 주춤할 때 사는 게 이득일 것 같다”며 “전셋값도 높아 지금이 갭투자하기에는 적기일 듯 하다”고 말했다.
◇갭투자하면 ‘현금’ 2억 없어도 내집
1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2040세대는 총 3만3883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중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비율은 1만3427명으로 39%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9826명 중 5537명(27%)이 갭투자를 한 것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이다.
2040갭투자자들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높은 아파트값’을 충당하기에 소득이 터무니 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대출 지원도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올 1분기 아파트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1.7을 기록했다. 서울 시민 중 딱 중간만큼 버는 가구(가족)는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년을 모아야 서울 중간 가격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5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 2013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전체를 줄 세웠을 때 중간 가격이 9억원 이상이란 얘기다.
소득만으로 아파트를 사는 것만큼 대출도 쉽지 않다. 심지어 12·16 대책으로 대출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40%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16 대책으로 9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LTV 20%를 적용,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서울 중위가격(9억 2000만원) 기준으로 3억 6400만원만 대출이 나오는 셈이다. 나머지 5억5600만원을 현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30대 직장인 윤모(33)씨는 “20살 때 독립한 이후 줄곧 내 집 하나 없이 전·월세로만 살았다”며 “오르는 집값에 지금이라도 ‘갭투자’ 하지 않으면 평생 무주택자가 될 것 같은 두려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갭투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윤모씨는 “일단 집을 사놓고, 여유가 생기면 그 집으로 들어가 살 생각이다”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양도소득세도 면제 받는데, 전세끼고 집 샀다고 무조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으로 모는 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청약 넣어도 어차피 안되는데…“차라리 갭투자”
청년들이 갭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로 ‘문턱 높은 청약’도 원인으로 꼽힌다. 매매가 아닌 내 집 마련의 다른 창구인 청약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에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50점대 후반은 거뜬히 넘어야한다. 지난달 분양한 흑석리버파크자이도 최소 당첨 커트라인이 59점(전용 84㎡)이었다. 심지어 최고 가점에서는 이례적으로 84점(59㎡) 만점자도 나올 정도였다.
물론 어렵게 청약 당첨이 되더라도 문제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내에서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시 중도금(분양가의 60%) 대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달 분양에 나설 동작구 상도역 롯데캐슬의 경우 모든 타입의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결국 대출을 옥죄는 정책으로 현금이 없는 젊은 세대들은 갭투자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정책이 주택 매매·청약 시장에서 현금부자들과 그 외 2040 세대들 사이의 양극화만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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