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효과'..강남3구 15억 초과 아파트 거래 축소

임온유 2020. 4. 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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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제한,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이 수요자 압박
반면 성동, 영등포, 동작 등 비강남권 상위10% 아파트 거래 비중 늘어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서울 아파트 시장 가격 상승세를 주도한 지역에서 고가주택의 거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제한,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 연이어 발표된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수요자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온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직방이 지난해 12·16 대책 직후부터 지난달까지(4월16일 공개자료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초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이 53.8%에서 37.5%로 감소했다. 3개월여 만에 16.3%포인트가 떨어진 셈이다. 용산구도 32.9%에서 23.5%로 9.4%포인트 줄었고, 강남구(61.8%→ 53.8%)와 송파구(29.9%→ 24.1%)도 각각 8%포인트·5.8%포인트 줄어 기타 자치구보다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강남(27.1%→22.7%)을 제외하고 서초(32%→33.2%)·송파(34.4%→35.7%)·용산(43.6%→45.5%)구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가격 구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지역은 마포·동작·성동·광진구였지만 고가주택에 대한 매수세 감소로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해당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직방은 고가주택 시장을 선도하던 지역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대출규제, 자금출처조사 등 직접적인 규제와 증여 등 대체거래의 증가를 꼽았다. 실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 중 거래원인이 증여인 경우는 2017년 7408건에서 2018년 1만539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에도 1만2514건을 기록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거래 중 증여의 비율이 2018년 이전에는 2~4% 내외였지만, 2019년 9.7%까지 급등한 것이다. 특히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 일대에서 그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2017년 2041건에서 2018년 5183건, 2019년 3130건을 기록했으며, 비중으로는 2018년 최고 17.4%까지 나타났다. 올해 강남3구에서 증여의 비율 13%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신고분인 증여성 매매 거래까지 감안하면 실제비중은 공개된 수치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여성 매매 거래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최근 3개월 거래가액 기준 최고가액의 30%, 3억 한도까지 거래신고가 가능하다.

비중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가주택은 강남3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 올해 강남구의 평균거래가격은 16억원이다. 서초구 13억8000만원, 용산구 12억7000만원, 송파구 11억2000만원 등 모두 10억원을 넘어섰다.

함 랩장은 "강남을 겨냥한 핀셋형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권역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는 결국 재건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재건축 사업장들 다수가 사업종료 후 신축으로 회귀하며 가격을 끌어올렸고,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또다른 사업장들이 기대심리로 시장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거래가격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파트들의 지역이 조정됐다는 사실이다. 2018년에는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파트들이 강남(29.3%)·서초(23.4%)·송파(17.2%)·용산(8.5%)구 등 부촌으로 상징되는 지역들에서 주로 거래됐다. 합산 비중은 78.3%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도 합산 비중이 86.6%로 늘며 상위 10% 고가주택의 지역 쏠림이 심화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들 지역의 합산 비중이 52.4%로 대폭 축소됐다. 반면 성동(9.4%)·영등포(5.9%)·동작(5.2%)·마포(5.1%) 등 재개발 후 신축아파트가 입주하며 비강남권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들이 거래가격 상위 10% 지역에 대거 포진했다.

함 랩장은 "이를 통해 신(新)강남의 출현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포와 서대문·동작·성동구 등은 도심권역이나 강남 접근성이 유리하고 한강변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 아파트가 많지 않아 가격수준은 기대를 밑돌았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의 연이은 종료와 신규로 출현한 아파트들이 가격을 끌어올리며 새로운 강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함 랩장은 “한강변을 중심으로 가격차이에 따른 진입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가격 안정화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뿐 아니라 소셜 믹스가 가능한 주거상품제공 등의 다양한 정책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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