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상승 '노·도·강'도 꺾였다, 두 달새 수천만원씩 뚝

성유진 기자 2020. 4.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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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시작된 집값하락, 마포·용산·성동에 이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 움직임
"코로나 진정되면 다시 오를수도"

코로나발(發) 집값 하락세가 서울 강남에서 강북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북의 신흥 부촌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물론, 그동안 '나 홀로 상승'을 이어 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아파트값도 상승 폭이 꺾이는 모습이다. 직전 최고가 대비 수천만~수억원 낮게 거래된 매물이 나오며 호가(呼價)도 내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강남에서 강북, 다시 수도권 외곽 지역 순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용성' 이어 '노도강'도 주춤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자이2차' 84㎡(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15억2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팔렸다. 2014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매년 수천만원씩 오르며 지난해 12월 실거래가가 16억4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위축 우려 속에 1억원 이상 내려간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빠른 처분을 원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고 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84㎡도 지난달 14억7000만원에 계약되며 2월보다 가격이 1억6000만원 내려갔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서울 강남에 이어 마포·용산·성동(마용성) 등 강북에서도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고가 아파트 대출을 조인 지난해 12·16 대책 풍선 효과로 올해 잇달아 최고가를 찍었던 노·도·강 일부 단지 역시 이달 들어 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노원구 하계동 '우성' 84㎡는 지난달 7억9500만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7억2000만원으로 내려갔다. 도봉구 쌍문동 '한양7' 84㎡는 이달 초 4억300만원에 팔렸다. 같은 층이 지난달 중순 4억43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4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이 지역에서 계약·신고된 53건 중 15건을 제외하곤 가격이 직전 고점보다 낮아졌다.

집값 내림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강북 14구의 전체 변동률은 보합(0%)을 기록했다. 작년 7월 첫째 주 이후 40주 만에 강북 집값 상승이 멈춘 것이다. 마포구(-0.04%), 용산구(-0.04%), 광진구(-0.03%), 성북구(-0.03%) 등은 하락했다. 노원·도봉·강북도 0.03%씩 오르는 데 그쳐, 한 달 전 0.08~0.09%에 비하면 상승 폭이 줄었다.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 장기 하락은 미지수

전문가들은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이 마용성과 노도강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 여파로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강남권은 물론 서울·경기 외곽 지역 집값도 주춤해질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강남권 아파트값이 먼저 떨어지고, 그해 9월 리먼 사태가 터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노도강과 수도권 외곽 지역 역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집값 하락기에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경기도 수원 권선구와 영통구는 이미 지난주 변동률이 0%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멈췄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투자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했던 수원 일부 지역은 집값 하락이 더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줄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98.4를 기록해 6개월 만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음을, 100을 초과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 경기도(100.4)는 아직 매수 대기자가 더 많지만 한 달 전(104.3)과 비교하면 빠르게 숫자가 줄고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얼마나 장기화할지는 미지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반기까지는 집값 조정이 계속되겠지만, 이후에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얼마나 빠르게 수습될지에 달렸다"며 "경기 회복 시점엔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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