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특수거래 1건에도 '초집중'..혼돈의 부동산

권화순 기자 2020. 4.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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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강남 아파트 매매거래가 뚝 끊긴 가운데 시세 대비 가격을 크게 올리거나 낮춘 특수거래 1건에도 아파트값이 '출렁' 거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 아파트 거래 1거래 한건에도 관심이 '초집중'되는 이유다.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자와 반등을 예상하는 매도자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부동산 시장은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한달새 16억->22억 '널뛰기' 잠실 리센츠 84㎡ 연일 화제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거래 가운데 잠실 리센츠 84㎡가 단연 화제였다. 이 아파트 8층은 지난달 6일 16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7일 같은 면적의 11층은 22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불과 한달여 만에 매매가격이 6억원 튄 것이다.

두 건의 거래 모두 '특수거래'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파악했다. 신고가를 기록한 이달 거래는 매도자가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특수관계의 법인이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A 부동산 관계자는 "특수 거래가 아닌 일반 법인과의 거래였다면 시세 대비 2억원~3억원 가량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매도자와 법인 모두 '이득'일 거란 설명도 나온다. 6월1일 기준 아파트 소유자가 보유세를 내야 하는데 매도자가 그 전에 팔면 보유세 부담을 피할 수 있고 장기보유했다면 양도세 중과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정부가 장기보유자에 한해 6월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예외적용 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인 법인은 향후 재매각시 매수가격(22억)이 높았던 만큼 시세차익이 크지 않아 역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특수 거래가 리센츠 아파트값을 다시 끌어 올릴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부자간 16억원에 매매거래가 성사되면서 인근 아파트 값이 '출렁'거린 바 있다. 당시 고점 대비 5억원 떨어진 거래로 인해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매매호가가 1~2억원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부자간 매매거래", "법인과 특수거래"..국토부도 '예의주시'
양도세나 취득세 등 내야 할 세금을 정확하게 치르면 본인이 재직한 특수관계 법인에 매도했다고 '불법'은 아니다. 국세청은 매매거래의 경우 시세보다 5% 이내에서 가격이 높거나 낮을 경우엔 부당행위로 보지 않는다. 리센츠 84㎡는 현재 18억원~20억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는데 '시세' 기준을 어떻게 볼지도 관심사다.

국토부도 리센츠 2건의 특수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센츠 거래 뿐 아니라 모든 거래는 실시간 검증을 하고 있으며 국토부 검증 기준에 따라서 추가로 조사할지 여부를 판단한다"며 "리센츠 거래에 대해 추가 자료를 요구하진 않았지만 검증 기준에 따라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면 필요한 경우 추가 조사를 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내부 기준에 따라 이상거래로 의심되는지 분류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추가 자료를 요구한다. 경우에 따라 2월 신설된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도 추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통상은 실거래 신고 후 잔금이 치러진 뒤 조사에 나서는데 리센츠 특수거래 건도 이 프로세스에 따라 문제가 있으면 추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거액의 계약금도 포기했다는데.." 1건 거래에 '출렁' 강남 아파트값
최근 국토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반포미도 84.96㎡(15층·지난달 30일 거래) 매매가격도 주목을 받았다. 17억원에 거래가 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일인 14일 18억4500만원(8층) 대비 1억4500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실거래 가격 20억원(11층) 대비로는 3억원 떨어진 '급매'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거래"로 파악했다. "원래 18억원 전후로 계약이 됐는데 매수자가 1억8000만원 상당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파기했다"는 설명이다. 매도자는 이 아파트를 팔고 다른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 하는 자금 스케줄 상 곧바로 매수자를 찾아야 했다. 계약금을 5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호가를 17억원으로 낮춰 거래했다는 후문이다.

첫 매수자가 계약을 파기한 배경을 두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기 때문에 정확한 배경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진다고 봤을 수 있다.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높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거래 배경과 무관하게 이 거래로 인해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미도 매매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 관측이 나온다.

특수거래 1건에도 강남 아파트값이 출렁거리는 이유는 최근 매매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3월 강남3구 아파트 거래건수는 287건으로 전월 754건에 크게 밑돌았다. 12·16 대책 이후 거래량이 급감했던 1월 469건보다 더 적었다. 실거래 신고(30일 이내 신고) 기간이 지나지 않아 미신고된 건수가 더 있을 수 있지만 예년 대비 거래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자와 7월 이후 반등을 예상하는 매도자가 힘겨루기하는 과정에서 몇 건의 매매거래가 주변 아파트값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 나빠질지 속단하기 어려워 부동산 시장 역시 '혼돈'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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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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