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분양가상한제' 연기될까..정부 '고심'

2020. 3. 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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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이후 분양을 앞두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한경DB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택업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려면 조합 총회 등을 거쳐 내달 말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총회를 사실상 금지하자 업계는 아예 제도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관련해 접수된 정비조합 등 업계와 구청 등의 민원, 자체 파악한 정비조합의 사업 진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금주 내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작년 10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선 시행을 6개월간 미뤄주기로 했다. 해당 단지는 다음 달 28일까지 일반분양분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마쳐야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에 일정을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재건축 총회발(發) 전파 사례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자 정부는 총회 등 일정을 미루도록 했다. 그러자 조합 등 업계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지연됐고 당분간은 총회 등을 열면 감염 위험이 있다며 아예 제도 유예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내 구청 중 강동구가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은평구와 동작구와 서초구, 강남구 등이 이와 같은 의견을 낸 바 있는데, 강동구가 주목되는 것은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에서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가 나올 예정으로 3∼4월 서울 분양물량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단 둔촌 주공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어도 4월 분양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3550만원으로 책정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HUG는 3000만원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조합이 HUG에 분양 보증 신청을 했지만 HUG가 보증을 내줄 가능성은 적다. 결국 아예 후분양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면 분양가를 다시 정하는 관리처분계획변경 인가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지만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

강동구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에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연기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이를 전달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총회 때 집단 감염이 생길 우려가 있어 연기를 건의했다"라고 말했다.

조합과 구청만 아니라 주택 관련 단체들도 민원을 접수했다. 최근 재건축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가 유예기간 3개월 연장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냈고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주택 관련 단체들도 국토부에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같이 수렴된 모든 의견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보면서 유예 연장 여부를 결론 낼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렇다 할 방향성은 정해놓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주 중 접수된 의견과 그동안 파악한 조합 사업진행 상황 등을 모두 올려놓고 검토를 해볼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코로나19 추이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위한 총회를 야외인 학교 운동장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다른 구청들도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아무래도 밀폐된 실내보다는 야외가 전염병 감염 위험은 낮기 때문이다.

조합이 그동안은 정부 시책을 따라 총회 일정을 연기했지만 결국 재산권 보호를 내세우며 총회를 강행하겠다고 하면 이를 물리적으로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 관계자는 "어차피 자료집이야 책자로 다 나오는 것이니 참가자들이 미리 보고 와서 표결 등 필요한 행사 중심으로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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