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에.. 서울 새아파트 新고가 행진
올해 2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6월 20억8000만원에 팔렸다. 2016년 3월 12억~14억원에 분양할 때보다 6억~8억원가량 값이 올랐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呼價)는 23억원대로 분양가의 배 가까이 뛰었다. 다음 달부터 입주하는 인근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84㎡ 시세도 23억~25억원 선이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포주공 1단지, 4단지 같은 재건축 물건을 찾는 손님이 많았는데 분양가 상한제 도입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는 신축으로 눈을 돌리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의 새 아파트들도 고공 행진이다. 성동구 행당동에서 2015년 11월 6억8000만~7억5000만원에 분양했던 '서울숲리버뷰자이(지난해 6월 입주)' 전용 84㎡의 매물은 현재 14억~15억원대를 넘나든다.
서울 신축 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여파로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신축 매매가격이 분양가의 배로 뛰는가 하면 최고가격을 경신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8일 "수요가 많은 신축과 준신축, 일부 저평가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직전 일주일보다 0.03% 올랐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국토교통부는 오는 12일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서울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기존 신축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격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새 아파트, 평균보다 46% 비싸
8일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서울에서 입주 2년 내(2018~ 2019년 7월 입주)이면서 거래가 이뤄져 시세 파악이 가능한 아파트는 총 57곳이었다. 이 '신상품' 아파트들의 3.3㎡당 매매가격은 4007만원으로 서울 평균 아파트 평당 가격(2737만원)보다 46.4% 높았다. 전국 기준 새 아파트값이 평균보다 26% 더 비싼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새 아파트가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동작구, 금천구, 관악구, 강서구 등의 순으로 새 아파트값이 해당 지역 아파트 평균 가격보다 50% 안팎 비쌌다.
3.3㎡당 매매가격이 비싼 상위 15개 새 아파트는 강남 3구뿐 아니라 동작구·성동구·용산구·마포구에서도 나왔다. 이 아파트들의 평당 매매가격은 3~4년 전 분양가보다 평균 66% 오른 상태다. 3.3㎡당 매매가격이 가장 비싼 신축은 지난해 6월 입주한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3.3㎡당 7705만원)였다. 분양가 대비 매매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단지는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107%)으로, 2016년 7월 평당 2274만원에 분양했지만 현재 4713만원까지 매매가가 올랐다.
◇'똘똘한 신축' 재건축 규제에 반사 이익
새 아파트값 급등 현상은 지난해 다주택자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9·13 대책 여파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심화됐다. 우수한 입지의 새 아파트는 수요가 꾸준한 데다 재건축 규제의 영향도 받지 않아 '안전 자산'으로 꼽히면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특히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아파트가 각종 규제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갓 나온 신축이 반사 이익을 본 측면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판단에 미리 신축을 사 놓는 수요자들이 몇 개월 전부터 늘어났다"고 말했다. ◇"상한제 도입되면 신축 쏠림 심화"
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도입되면 새 아파트 수요 쏠림과 이로 인한 가격 급등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규제 강화로 서울 새 아파트 공급의 약 80%를 담당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위축되면서 신축 아파트가 더욱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지난달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힌 이후 새 아파트값은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5년 이내 아파트값은 지난달 29일 조사 기준으로 한 주간에만 0.1% 오르며 7월 초보다 상승 폭이 0.13%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재건축 단지가 포함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이 0.05%포인트 오름 폭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차장은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신축 쏠림 현상이 강화되면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어려운 낡은 아파트는 거래가 줄고, 입지가 떨어지는 구도심 집값은 하향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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