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부동산 대책..돈줄 막힌 실수요자만 '골탕'
정부가 과열된 주택 시장을 잡기 위해 최근 내놓은 대책들의 핵심은 투기 수요 차단이다. 집단대출 규제와 보금자리론 중단 모두 ‘돈줄’을 끊어 주택시장에 투기 수요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일정 기간 전매를 제한해 투기 수요가 아예 주택시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이런 정책들이 투기 수요를 잡기보다는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막아 오히려 주택시장에 역기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 정부 “강남 재건축 과열”…내놓는 정책은 실수요 위축
정부가 주택시장을 진정시킬 정책을 고민하는 것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필두로 한 주택시장이 국지적으로 과열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단계적·선별적인 시장 안정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의 경우 강남 재건축보다는 서민의 내 집 마련 수요를 위축시킬 우려가 커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도금 대출 규제다. 정부가 직접 중도금 대출을 규제한 적은 없지만, 은행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주문하면서 정작 서민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5월 이후 분양한 전국 6개 공공분양 단지 5528가구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줄 금융사를 구하지 못했다. 민간 건설사가 분양한 단지도 집단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2·3금융권을 찾고 있다.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결국 실수요자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보금자리론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보금자리론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만든 정책금융으로,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6일 보금자리론 담보 주택가격을 9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대출한도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축소하고, 대출자의 연소득을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로 제한했는데,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의 경우 사실상 이 제도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집단대출은 담보가 있어 양호한 대출로도 볼 수 있는데, 현재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며 “실수요자들의 경우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하는데 보금자리론이 중단되면 다른 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해 금리가 높아지고, 집을 사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지금보다 정교한 정책 필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초점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해야 할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가계부채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돈줄’ 자체를 막으려다 보니 애꿎은 서민들만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분명히 옳은 방향이지만, 실수요자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훨씬 정교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 세무팀장은 “과열된 지역에 대해서는 전매를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주택시장을 잡으려고 하기보다,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를 하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남수 팀장은 “상승률 요건이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 맞으면 지정하고, 다시 집값이 진정되면 지구지정을 해제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주택시장 문턱을 높여 주택시장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최근 집값 상승을 이끄는 것은 강남 재건축이라 이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도 필요하겠지만, 이것만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공공분양 아파트 전매제한의 경우 5년까지 늘려야 하며, 청약제도도 지금보다 강화해야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르포] 사라진 ‘전기차 메카’ 꿈… 잡초만 무성한 옛 한국GM 군산 공장
- 배우 정우성 혼외자? 놀랐다가 한 숨 내려놓은 유통·광고업계
- [뉴테크]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드론 기술…GPS 없이 하늘 난다
- 법원,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
- 다이소 또 ‘리콜’... 스텐 크리너, 납 기준 초과
- [르포] 분 단위 생산량 목표 주고 초과 달성까지… 무섭게 전기차 찍어내는 中 비야디
- 고려아연에 알테오젠까지 투자한 상장사가 있다?… 주식만 760억치 쥔 이 회사
- 외국인들이 독일서 만든 K뷰티 브랜드… 예쁘다 대표 “글로벌 뷰티 브랜드 꿈꾼다”
- [인터뷰] “지폐 기술로 한땀한땀 새겨 인왕제색도 판화로 만들었죠. 내년엔 맹호도 출시”
- [재테크 레시피] 줍줍? 고점? 출렁이는 금값… 지금 투자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