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인사청문회 떨어진 의원출신 각료 한명도 없다

조시영,이상덕,전정홍,정의현,이승윤,나현준,부장원 2016. 10. 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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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36명 모두 통과..낙마 16명은 非의원 출신총리·장관 선발도 담합..제식구 감싸기·이중잣대 심해도덕성·정책 검증 분리, 독립적인 인사검증 기구도 필요

◆ B급국가 바이러스 ⑧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촉발된 여야 간 극한 대결이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국가 인재를 가려낸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싸움의 도구, 국회의 인재 독점 방편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나라를 망치는 또 다른 'B급 국가 바이러스'라는 지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0년. 이후 지금껏 국회의원 출신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36명(중복 포함) 전원이 청문회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2명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을 받았지만 무사 통과했다. 이에 반해 낙마자 16명은 전원이 비(非)국회의원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국회가 임명 과정에서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며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방증이다.

3일 매일경제가 비정부기구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공동으로 청문회 도입(국무총리는 2000년, 장관은 2005년부터 실시) 이후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낙마자를 분석한 결과 국회의 이중 잣대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이후 지금껏 국무총리와 장관을 역임했거나 역임하고 있는 인물은 138명. 이 가운데 국회의원 출신이 36명으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낙마자는 16명이었는데 노무현정부 1명, 이명박정부 6명, 박근혜정부 7명 등 정권이 바뀔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문회 질문도 아예 달라

청문회 자리에서는 국회의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질문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작년 1월 이완구 전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 전 총리를 향해 "제가 평소 정치 하면서 닮고 싶은 정치 지도자 하면 이완구 후보자다.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 후보님 성품상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3월 남재준 전 국정원장 청문회에서는 남 전 원장이 말을 아끼자 당시 정청래 의원은 "이렇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예뻐하나"라고 외치기도 했다.

검증 잣대도 달랐다. 노무현정부 당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2006년 7~8월 재임)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으로 임명 후 한 달 만에 자진 사퇴했는데, 이후 당시 표절이라고 지적당한 논문은 제자 논문보다 한 달 앞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18대 의원 출신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기논문 표절 중복게제 의혹이 일었지만 임명된 것과 대비된다.

또 다른 예로 유기준 전 해수부 장관(위장전입, 기부금 부당처리), 유정복 전 행정안전부 장관(지위특혜, 세금탈루) 등 국회의원 출신들은 의혹이 있어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크게 부각이 안됐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청문위원이 국회의원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인사청문회 후보자로 설 경우 청문위원들 자신도 후보자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후보자를 심하게 대하지 않는다"면서 "국회의원 출신 후보자들이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검증 기준이 형평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가 바뀔수록 이중 잣대는 더 심해졌다. 이번 정부에서 내정됐던 총리·장관 후보자는 모두 54명이었다. 의원 배지를 단 이력이 없는 총리·장관 후보자 41명 가운데 7명이 낙마했다. 반면 의원 출신으로 장관직에 오른 후보자 13명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전관예우'나 '금배지 불패론'이 회자되는 이유다.

청문회, 능력에 집중해야

국회의원 간 인사 담합을 막는 동시에 제대로 된 리더 선발을 위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역량과 능력에만 집중해 검증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도덕성과 업무능력 검증 분리 △사회적 합의체(공익 거버넌스)를 통한 사전 필터링 제도 마련 △인사청문 기간 확대 및 후보자 허위 진술에 대한 제재를 통한 청문회 내실 강화 등을 제안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현재의 청문제도는 정책 능력이나 도덕성 평가가 아니라 정치권의 당리당략 수단으로 전락했다"면서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흠집이 난 명예와 신상은 국정수행을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후보자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검증기구를 마련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검증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인 중에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가족들과 상의해서 포기한 사람들이 있다"며 "정치인은 서로서로 돕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위원에 일반 국민이 함께 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익 거버넌스'를 통한 인사검증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여야 추천인사, 중립적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거버넌스가 뚜렷한 기준을 세운 뒤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과 정책 검증 등을 실시하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조시영 차장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정의현 기자 / 이승윤 기자 / 나현준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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