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재정·통화정책보다 구조개혁 급선무.. 규제 풀어야 산다"

김충남 기자 2016. 9. 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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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 지난 8월 31일 세종시 세종국책연구단지 경제정책동 2층 도서관에서 최근 대외 경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 신창섭 기자 bluesky@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8월 31일 세종시 세종국책연구단지 경제정책동에서 현정택(67)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내려가는 차 안에서 기자는 기대에 부풀었다. 마침 8월 26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미팅 발언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창 고조되고 있던 차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경제·안보 환경이 난마처럼 얽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시점에 인터뷰가 잡혔기 때문이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두 번째 국책연구기관 수장을 맡았고, 인하대에서 국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현 원장이 ‘쾌도난마’처럼 이 모든 현안의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관료와 학자라는 이력은 현실 경제와 이론을 접목할 최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동안 현 원장은 오랜 기간 단련된 참모의 특징인 잘 짜인 ‘모범답안’과 학자로서의 특성인 통찰력을 모두 보여줬다. 기대의 절반은 충족됐고, 절반은 향후 과제로 남겨 놔야 했다. 구조개혁과 규제혁파, 서비스산업 강조 등은 그가 내놓은 정답이었고, 글로벌 경제 체제의 근본적인 전환에 대한 언급은 날카로운 혜안이었다.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최근 발언으로 미국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금리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거의 모든 사람이 연내 올릴 거라고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을 안 했으면 모르지만 이미 작년에 하지 않았나. 하지만 언제 몇 번 하느냐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경제 지표들을 봐야 한다. 한 번만 올린다면 언제 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미국 경제가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나.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미국만 잘나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실업률이다. 4.8∼4.9%다. 미국 실업률 5% 미만과 한국 실업률 3.3∼3.4%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 (실업률) 5%는 완전고용이다. 2009년에 10% 넘어갔는데, 7% 미만으로만 끌어내려도 대단하다고 할 정도였다. 실업률이 한두 달이 아니라 오랜 기간 5% 아래에 있다는 건 미국 경제가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달리 괜찮다는 뜻이다. 다만 나 홀로라는 건 조금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미국의 무역의존도가 30%다. 이 수치를 떠나 유럽, 일본 등 세계 다른 나라와 동떨어져 갈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금리를 올리는 문제도 그전에도 그랬지만 어느 정도 세계 경제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미국 하나만 봐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다른 나라에서 많이 줬다. 미국 내 경기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 보고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해 그리스 사태가 터졌을 때 미국이 그런 걸 고려했고, 올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때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했다.”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의장 때 신흥국에 대한 고려보다는 미국 내 경제 상황 때문에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한 게 신흥국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옐런 의장은 다르다고 보나.

“그린스펀 전 의장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을 볼 때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만약 중국이 (금리 인상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는다면 미국도 살아남기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미국이 다른 나라를 봐주는 게 아니다. 미국도 일본, 유럽이나 신흥국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충격을 생각해서 움직여야 한다.”

―2013∼2015년 벤 버냉키 의장 때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본격화하겠다는 발언 이후 신흥국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의 금리 정상화가 신흥국 금융이나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그 발언이 나왔을 때가 가장 큰 문제였지 실제 액션(실행)했을 때는 아니었다. 버냉키 전 의장이 직접 테이퍼링을 말했고 의미도 불분명했다. 그러니까 인도네시아 등 몇 개국은 말 한마디에 의해 박살 났다. 하지만 액션에 들어갔을 때는 오히려 충격이 작았다. 작년에도 금리 인상 전후에 그런 게 있었다. 두 가지 효과가 있다. 하나는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어차피 작년에 시작했는데, 실제적인 충격이 오겠느냐는 생각이 있다. 이머징마켓과 한국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충격은 직접적인 것보다는 중국 등 신흥국을 통한 간접적인 충격이 더 크다. 스리쿠션인 셈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올렸다. 금리를 인상해도 한국에서 (투자금이) 직접 빠져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신흥국 금융 상황은 상당히 민감하다. 돌발 변수가 있다든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여러 번이면 영향을 줄 수 있다.”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를 보고 있는 신흥국들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원 수출국 중에서 적자가 많은 나라들이 있다. 미국이 정상적인 금리 시대로, 그것도 단기간에 돌아간다면 그런 나라는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이 정말 흔들릴 조짐이 있으면 거기서 멈추는 선택을 할 것이다.”

―애초 올해 금리 인상 계획은 4번이었다. 2018년까지 3% 올린다는 게 하나의 플랜이었다.

“지금 그 계획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미국 내에서도 인플레이션 목표를 (2%가 아닌) 4% 정도로 하자는 사람도 있다. 금리도 꼭 3∼5%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경기가 매우 나빠졌으니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분리해서 봐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재정도 좀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본질은 통화·재정정책이 아니라 구조개혁이다. 수술(구조개혁)을 하려면 최소한 링거(금리 인하)는 맞아야 하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지난 6월 금리를 내린 것으로 본다.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 돈이 필요하면 유동성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미국의 금리 결정과 관계없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미국이 9월에 올릴지 12월에 올릴지 확실하지 않지만, 거기에 맞춰 (우리가 금리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조정하는 게 맞다.”

―사드 배치 결정이 한·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는가.

“기본적으로 수출과 투자 부문에선 영향이 아주 제한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이다. 중국은 이 중간재를 사용해 내수를 하거나 제3국에 수출을 한다. 한국이 좋아서 (중간재를) 사는 게 아니라 한국 물건이 있어야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성격이 상품 무역에 있다. 연장선에서 투자 문제도 있다. 한국이 중국에 투자하면 고용이 늘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중국 입장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국제적인 약속이다. 중국은 적어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 2001년 마늘 파동을 말하는데 그때는 중국이 (WTO) 회원국이 되기 전이다. 문제는 비관세장벽인데, 꼭 사드와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 중국이 전반적으로 내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비관세장벽을 확대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한국 자체보다도 미국과 일본 등 동맹의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동맹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 등을 포함해 중국에 대항한 미·일 동맹이 대만과 필리핀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아주 좋은 사례다. 한국이 정신이 얼얼할 정도로 반대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 나라에 경고 효과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잘못하면 정말 더 길게 가고 텐션(tension·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치적 대외 관계가 걸려 있다. 이미 한번 결정했다. 그걸 뒤집을 수는 없다. 중국도 (사드 반대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개인적인 것과 연결돼 있다. 시진핑이 집단지도체제 아래서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강하게 얘기했다. 그래서 중국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외교 상황이 상당히 안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글로벌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달러 기준으로 2006∼2008년에 세계무역이 15%대 성장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15∼20% 성장하기도 했다. 그걸 가지고 먹고산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무역이 잠시 회복되니 잘 못 느꼈다. 2011∼2012년이 지나면서 결과적으로 무역이 안 늘어났다. 작년에는 수치가 -13%다. 올해 상반기도 거의 -6∼7%다. 갈수록 먹고살 파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해 경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 수출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세상이 정말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출발점이다. 그걸(인식 전환) 안 하면, 조선·해운도 ‘앞으로 좋은 시절로 돌아갈 텐데’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 제조업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고쳐야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내수 경제로 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 한다. 이제 제조업보다도 서비스업에서 협력해야 한다. 서비스수지를 보니 여행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에 가깝다. 유학만 보더라도 4조 원 정도 적자다. 유망한 교육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유학뿐만 아니라 법률, 회계, 지식재산권 등 기타 서비스 산업도 적자다. 기본적으로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통한 성장전략을 찾아야 한다. 수출도 부가가치가 높은 걸로 해야 한다. 애플이 최종적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500달러 애플 제품의 구성요소를 보면 미국이 디자인해서 200달러를 가져간다. 삼성은 10∼15달러 가져가고, 중국은 2달러 정도 가져간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1992∼1995년에 중국에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중국을 잘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낙관적으로 본다.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옆에서 보는 사람은 상당히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중국 경제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의 15∼20% 정도 될까 말까 했다. 지금은 공식 환율로 보면 미국의 60%까지 커졌다. 구매력지수로 보면 세계 1위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 세계 새로운 성장의 3분의 1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것이 장점이다. ‘신창타이(新常態)’, 뉴 노멀(new normal)로 가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66%, 서비스 산업이 50%를 넘어섰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부동산과 금융 쪽이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매우 많다. 사람들이 통째로 안 들어간 빈 단지가 많은데, 그 옆에 또 만들고 있다. 그걸 보면 아찔하다. 금융은 수기통장에서 벗어나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섀도 뱅킹(shadow banking·그림자 금융)’이라고 해서 은행이 아닌 곳에서 대출해 주는 곳도 있다. 이런 게 상당히 문제지만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이고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라는 점이다. 이건 교과서로 봤을 때 실제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굴러갔다. 이게 앞으로 덜컹거릴 것으로 본다. 금융 등에서 덜컹거릴 때 미국이나 유럽계가 기회를 찾을 텐데,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차이나 머니’의 습격이 회자되고 있다. 중국 자본이 우리나라 부동산이나 금융 등에서 인수·합병(M&A)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일단 외국인 투자에 대한 생각을 대폭 고쳐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사실 일자리를 늘린다. 현대자동차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국내에서 공장 캐파(생산능력)를 늘리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캐파를 늘린 건 미국 앨라배마와 베이징(北京), 인도 등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4차 협력업체까지 하면 100만 명 정도 고용 효과가 있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해외 투자를 일자리로 본다. LG 공장이 준공식을 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간다. 우리나라 국제수지에서 해외 투자로 나가는 게 250억 달러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건 50억 달러다. 미국이나 유럽은 들어오고 나가는 금액이 거의 같다. 우리도 최소한 같아져야 일자리가 생긴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독일이든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 연장선에서 보면 그나마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중국이다. 중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그런 시각에서 봐야 한다. 다만 중국은 시스템 자체가 세련되지 않아 약간 사기꾼에 해당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부분을 잘 걸러내는 게 필요하다.”

―브렉시트에 대해 장기적으로 영향이 크다고 보셨는데, 그 이유는.

“브렉시트 자체보다 그 파급 효과가 문제다. 영국이 유럽에서 뛰쳐나오면 다른 EU 국가들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 미국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공약도 이런 액션의 하나다. 특히 한국은 이런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대외관계를 통해 먹고사는 나라다. 15%씩 성장하던 무역이 지금 0%, -10%로 변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고립주의가 더 심해지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이 최근 10년 사이에 18%에서 30%까지 늘어났다. 특히 한국, 홍콩, 대만이 상당히 올랐다. 이게 지금은 줄어들고 있다. 제조업 이전 및 확장을 통해 무역 투자가 확대되는 패턴이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은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금리 인상으로 주요국 통화정책이 차별화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경기가 나빠서 통화를 완화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괜찮다. 다만 (주요국 정책들이) 계속 갈라질 정도로 확장될 것이냐,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2009∼2010년 금융위기 때 재정·통화정책을 같이 쏟아부어 위기를 해결했다. 심지어 중국도 동참했다. 관건은 앞으로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얼마만큼 회복할 수 있느냐다.”

―아베노믹스를 통한 일본 경제의 구조개혁을 평가한다면.

“아베노믹스에 대해 일본 내부는 물론이고 외국 평가도 상당히 좋다. 일본 경제 20년 동안 디플레이션으로 처박았다. 현재 2% 물가상승률 달성 여부만 보면 아베노믹스는 실패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추락하는 것은 막았다. 실업률이 2010년 5%에서 최근 3%로 줄었다. 주가가 2012년 9000엔에서 2016년 1만6000엔으로 오르고 취업자도 늘었다. 임금도 0.2∼0.5% 올랐다. 기업의 경상이익이 20% 회복됐다. 목표의 얼마만큼 갔느냐보다는 안 한 것보다 해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제일 와 닿는 것은 구조개혁 측면이다. 하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합의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정치적인 대외 딜(deal)을 잘 못했다. 정치가 꽉 막혔기 때문이다. 아베가 아니면 TPP를 못했다. 부러운 건 일본은 의회에서 법을 많이 만들어줬다. 기업 구조개혁 과정에서 ‘기업특례인정제도’가 있는데, 입법권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규제 프리존 개혁을 하려고 하는데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이 성과가 있다고 보는가.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지금 규제개혁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두 가지가 겹쳐 있다. 하나는 국민들 의식이 공익을 표면적으로 앞세우다 보니 보건, 환경, 문화, 교육, 법률서비스 등의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게 렌트(rent), 쉽게 말하면 기득권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경쟁의 틀을 묶어 놓고 남들은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는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줬다. 지금은 하나 줄이면 오히려 다섯 개가 양산된다. 그래서 규제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행정부든 국회든 규제영향평가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행정부도 정부 입법으로 하면 복잡하고 오래 걸리니까 의원입법으로 규제를 만들려고 한다. 칼자루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나.

“투입(자본) 물량을 늘리거나 노동을 늘리고, 생산성을 늘려야 올라간다. 우리나라 대졸자 기준 남성은 100명 일하고 여성은 50명 일한다. 그만큼 노동 투입이 늘어날 여지가 많다. 10년에 걸쳐 여성의 취업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까지 올리면 그것 자체로 GDP를 0.5%포인트에서 1%포인트 가까이 올릴 수 있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방안이 쉽지는 않지만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일·가정 양립으로 가야 한다. 특히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고쳐야 한다. 노르웨이는 임원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써야 한다. 개인 기업도 법으로 규제한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일하는 문화에 있어 여성의 핸디캡이 없어야 한다. 가정에서도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또 하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바이오 등 4차산업이나 드론 등 신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애플과 같은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없애 판을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같은 경우 우리나라는 거의 못 쓰고 있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질병 방역체계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 등 때문에 이용이 어렵다.”

―박근혜정부가 남은 임기에 가장 주력해야 하는 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경제구조 자체를 기존 틀에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서비스 산업과 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대통령뿐만 아니라 앞으로 경제에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렌트, 지대(기득권) 추구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김영란법도 왜 나왔냐 하면 사람들이 지대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로비를 해서 자기가 지대를 따려는 것이다. 입법도 중요하지만 남은 기간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 공기업 성과연봉제나 정부3.0 등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다.”

인터뷰 = 김충남 차장(경제산업부) utopian21@munhwa.com

정리 =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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