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급물살' NPL 큰 장 선다
[커버스토리=불황에 크는 NPL시장 : 금융회사들의 진출 현황]
전담팀 꾸리고 계열사 설립·M&A도… 자산운용사 이어 증권사·저축은행 가세
(사진) 대신F&I로 사업다각화에 나선 대신증권(왼쪽부터)과 업계 1위를 유지 중인 유암코, 올해 NPL 시장 진출을 선언한 BNK금융그룹.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NPL(Non Performing Loan : 부실채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새롭게 도전장을 내미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저축은행과 외국계 사모 펀드 등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과 NPL 조직 강화에 나선 자산 운용사들이 늘면서 NPL 시장의 양대 강자로 불리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대신F&I의 아성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NPL 투자 시장을 두고 자산 운용업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KB자산운용·마이애셋자산운용·유진자산운용·파인트리자산운용 등이 건재한 가운데 NPL 관련 조직을 강화하거나 시장 진출을 노리는 운용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NPL운용본부를 신설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조직 정비를 마무리하고 1조원 규모의 NPL 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NPL본부는 KB자산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에서 관련 경력을 쌓아 온 전문 인력들로 채워졌다.
하나자산운용도 지난 5월 NPL운용팀을 새로 꾸렸다. 하나자산운용은 그동안 위탁 형태로 NPL 펀드를 운용해 왔기 때문에 사실 NPL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편이다. NPL운용팀을 신설하면서 올해부터 직접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BNK금융지주의 계열사인 BNK자산운용도 NPL 인수팀을 꾸려 연내 NPL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BNK그룹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NPL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BNK금융지주는 그동안 우리F&I(현 대신F&I)·연합자산관리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엔 방향을 틀어 NPL 투자 전문회사를 인수하는 대신 계열사를 통해 NPL 투자에 뛰어들기로 했다.
◆2009년 국민연금 참여로 ‘붐’
이처럼 자산 운용사가 NPL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 배경에 국민연금이 있다. 2009년 국민연금이 대체 투자의 일환으로 NPL 투자를 결정한 뒤 우리에프앤아이(현 대신에프앤아이)·유진자산운용 컨소시엄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을 NPL 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계기가 됐다.
유진자산운용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지금도 국민연금의 부실채권 펀드 위탁 운용사로 활동하는 등 NPL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이후 NPL 투자에 관심을 갖는 자산 운용사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NPL 시장에서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대신F&I의 2강 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자와 저축은행·증권사 등의 시장 진입으로 투자자 저변이 한층 넓어졌다.
이들 투자자들의 NPL 시장에서의 경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먼저 OK저축은행은 지난해 NH농협은행의 NPL을 인수하면서 처음으로 NPL 인수에 성공했다. 앞서 2014년에는 시중은행의 NPL 경매에 응찰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성과였다.
2014년 한국 NPL 시장에 모습을 보인 미국계 사모 펀드인 사이러스캐피털도 지난해부터 국내 NPL 시장 진출에 나섰다. 사이러스캐피털은 지난해 KDB산업은행 NPL을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의 첫 투자를 집행했다. 사이러스캐피털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의 특별 채권 경매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신금투, 은행 NPL·경매 ‘출사표’
우리종합금융도 지난해 대체투자단을 신설해 IBK기업은행의 NPL을 인수했다. 우리종합금융은 주요 은행의 NPL 경매에 참여하기에 앞서 ‘틈새시장’으로 알려진 무담보 NPL 시장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NPL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돼 사명이 바뀐 하나F&I(구 외환F&I)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하나F&I는 2013년 말 NPL 투자회사로 업종을 전환하고 2014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 밖에 증권사로는 신한금융투자가 올해 주요 은행의 NPL 경매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NPL 투자 전문 업체들의 차별화를 위한 조직 강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올해 부동산 NPL 전문 투자 운용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한미금융그룹이 대표적이다.
한미금융그룹은 2007년 설립된 담보부 NPL 채권, 부동산 투자 전문 그룹으로 NPL 투자 전문 업체인 한미F&I를 중심으로 NPL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미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산 운용사 설립 및 인수·합병(M&A)을 통한 인수 전까지 제휴 자산 운용사를 통해 펀드 설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금융 기업들이 속속 NPL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업체들이 올해 유독 NPL 시장 공략을 서두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앞으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NPL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NPL 투자 전문 업체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너 나 할 것 없이 NPL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쟁쟁한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만큼 시장 진입도 쉽지 않은 편”이라며 “하지만 올해 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NPL 시장은 매력 요인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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