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제언> ⑤ 박승 "성장과실이 가계에 흐르도록 해야"

2015. 12. 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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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환경, 투자·소비·수출 침체로 더 어려워질 것" "가계부채는 성장 가로막는 요인..적극적 조치 미루지 말아야" "현 정부 경제정책, 산업화시대 틀에 갇혀 있는 것이 문제" "한은, 최대한 금리인상 미루겠지만 결국 미국 따라갈 것" "증세 불가피..낮은 담세로는 성장·복지·재정건전성 못 지켜"
인터뷰하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시 종로구의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내년 경제환경, 투자·소비·수출 침체로 더 어려워질 것"

"가계부채는 성장 가로막는 요인…적극적 조치 미루지 말아야"

"현 정부 경제정책, 산업화시대 틀에 갇혀 있는 것이 문제"

"한은, 최대한 금리인상 미루겠지만 결국 미국 따라갈 것"

"증세 불가피…낮은 담세로는 성장·복지·재정건전성 못 지켜"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리나라 경기 침체의 본질은 성장 문제가 아니라 민생 문제입니다. 성장과실이 가계로 흐르도록 해서 가계 소득을 보호하고 소비도 늘리도록 해야 합니다."

박승(79)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재분배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가계에 소득이 제대로 돌아가야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펴온 '선(先) 성장 후(後) 복지' 정책을 성장과 복지가 같이 가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과거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박 전 총재는 내년에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적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 신흥국 긴축 등이 예상되고 투자, 소비, 수출의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요인 중 하나라며 정부에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박 전 총재는 한국은행이 내년에 통화정책을 운용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가계부채나 경기침체 문제를 생각할 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박 전 총재는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8∼1989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건설부 장관을 지내고 2002∼2006년 한은 총재로 일했다.

20년 넘게 중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친 경제석학으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올해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 수출감소, 내수침체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새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 새해에는 중국의 성장 둔화,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신흥국의 긴축 등이 있을 것이다. 안으로는 양극화 현상의 지속, 가계소득의 정체, 가계부채의 중압, 그리고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예상된다. 투자, 소비, 수출의 침체는 계속될 것이다. 새해 경제 환경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보나.

▲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부담 수준, 즉 가계의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신흥국뿐만 아니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무거운 상황이다. 이것이 당장 한두 해 사이에 경제위기를 불러온다든지 하는 일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요인 중 하나다. 특히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이대로 몇 년 간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 한국 경제가 위기이고 저성장이 고착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 한국은 지금 성장 위기와 분배 위기가 겹쳐 있다. 성장위기는 저출산, 고령화, 후진적 노동시장, 사회적 고비용 구조, 그리고 가계부채의 증가로 성장 잠재력이 계속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분배 위기는 성장과실이 가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서 가계 소득과 소비가 침체하고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면 성장 개혁과 분배 개혁을 같이해야 한다. 그런데 성장을 위한 개혁은 진보층이 반대하고 분배를 위한 소득재분배 정책은 보수층이 반대해서 이뤄질 수 없다. 이 두 가지를 한 패키지로 묶어서 같이해야 한다. 특히 시장이 소득분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분배개혁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세금을 거두어 저소득층 중심으로 소득을 재분배하고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온갖 노력을 해왔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전환기에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제성장은 투자, 수출, 제조업이 주도했다. 이 3가지는 그동안 매년 두자릿 수로 증가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 3가지 증가율이 연 1∼2%에 불과하고 수출은 지금 마이너스로 돌아서서 성장을 주도해 갈 힘을 상실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투자보다 소비, 수출보다 내수,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주도해가야 할 상황에 당면했다. 그리고 대기업 혼자서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이제는 대기업과 가계가 같이 끌어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같이 성장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선성장 후복지' 정책을 성장과 복지가 같이 가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현 정부의 문제점은 모든 경제정책이 과거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 새롭게 출범할 경제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지금 우리나라 경기 침체의 본질은 성장 문제가 아니라 민생 문제이다. 성장지표를 보면 경제성장률 3% 내외, 근원 소비자물가 2% 내외,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1천억 달러 내외로 OECD 34개국 중 가장 양호한 상태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전월세와 같은 주거비는 크게 올랐다. 경제가 성장해도 먹고 살기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당면 문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새 경제팀은 성장과실이 가계로 흐르도록 해서 가계소득을 보호하고 소비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 경제발전을 위해 다른 분야에서 개선할 문제점은 어떤 게 있다고 보나.

▲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갈기갈기 찢겨서 극한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것을 통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보수와 진보, 여와 야의 관계는 차의 두 바퀴처럼 보완적 관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제거해야 할 적대관계가 돼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정부는 국민통합을 공약했다. 국민통합은 이념, 지역, 계층, 남북 등 4가지 통합을 말한다. 이념을 통합하자면 중도 쪽을 넓혀가야 하고 지역을 통합하자면 소외지역을 지원해야 한다. 계층 통합을 하자면 저소득층을 보호해야 하고, 남북 통합을 하자면 남북 간 대화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가지도 되는 일이 없다. 앞으로 남은 임기 중 이런 공약을 적극 추진해 주길 바란다.

-- 2015년은 중국의 경제 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이른바 'G2 리스크'가 세계적인 불확실성을 키웠다. G2 리스크가 앞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이제 우리와 경합 부문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특히 신흥국들에 자금유출, 금리불안, 경기침체 등 부적정 영향을 미칠 것이고 한국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해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환경이 매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가계 부채 등으로 기준금리 결정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에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 한국은행의 정책 운용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금리를 2∼3년 안에 3% 내지 4%까지 올릴 것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도 조만간 그 수준까지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나 경기침체 문제를 생각할 때 한국의 금리인상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금리를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대한 금리인상을 미루고 금리를 올리더라도 서서히 올리겠지만 결국은 따라가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문제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큰데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우리나라 복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나라 소득 수준은 선진국 문턱에 와 있지만 복지수준이나 정부의 복지지출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더구나 이제 우리는 정부 복지지출을 늘려 가계소비를 증대시켜야 경제가 성장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증세는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나라 담세율(세금부담비율)은 18%인데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낮은 담세율로는 앞으로 성장도, 복지도, 재정건전성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 우리 사회에서 젊은층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취업, 결혼, 출산에 대한 부담은 크고 '금수저' '흙수저' 등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는데.

▲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 기성세대는 부동산 값을 매년 끝없이 올려서 자산형성을 해왔다. 그 결과 우리 후손과 젊은 세대는 집 마련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우리 기성세대는 경제를 고용없는 성장구조로 틀을 짜 왔다. 그래서 지금 젊은 세대는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기성세대는 사회구조를 계층 상승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됐고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값, 일자리, 사회복지, 소득분배, 교육 등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성장 개혁과 분배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출신 선대위원장을 발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해 온 일이 없고 앞으로도 정치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정당이든, 정부도 포함해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내 의견을 듣고자 한다면 언제든 가서 조언을 드릴 수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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