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X파일] 정부, 못한 건 쏙 빼고 "주택시장 안정 기틀 닦아" 자평?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정부가 작년 시행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주택시장 안정의 기틀을 닦았다고 자평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관계부처 간 협업을 바탕으로 세제ㆍ금융ㆍ공급 등이 망라된 4.1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결과 주택거래량이 늘고 수도권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는 등 주택시장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 발표자료에 전셋값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고 찾기도 힘듭니다. 대출을 통해 매매 수요를 진작하고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자료에 언급된 '전망 및 정책추진 방향'도 매매시장 관련내용 일색입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 전월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만 언급했습니다. 대신 전셋값이 올랐으니 월세 활성화 정책을 풀어놓을 계획임을 시사했습니다.
▶ 결국 '빚'으로 늘린 거래량? = 정부가 내세운 가장 큰 성과는 매매가격 및 거래량 회복입니다. 국토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ㆍ청약가점제 축소ㆍ취득세 항구인하ㆍ양도세 한시감면 등 매매수요가 여길만 한 장애물을 없앴다고 밝혔습니다. 공급에서도 공공분양주택을 기존 연 7만호에서 2만호 수준으로 줄였고, 공공택지 등의 사업계획을 조정해 과도한 개입을 최소화했다고 정부는 평가합니다.
그 결과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매맷값이 작년 한 해 동안 1.1% 내려 전년(3%↓)에 비해 하락폭이 줄었다고 집계했습니다. 특히 4.1대책 이후인 작년 4~12월 사이엔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이 보합세로 전환해 1~3월 (1.1%↓)과 비교할 때 회복세를 보였다고 국토부는 밝혔습니다.
매매거래도 지난해 85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11만7000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작년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무주택 서민에게 저리로 빌려준 주택구입 자금이 총 9조3000억원에 10만가구 규모입니다.
전세는 어떨까요.
국토부가 13일 낸 자료에서 '전세안정'과 관련한 성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공공임대주택을 총 8만호 공급했고,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기금 6조6000억원을 풀어 15만가구의 전세자금을 빌려줬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3년 연간 전체주택의 전월세 거래는 전년 대비 4만9000여건 늘어 137만 317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결국 정부가 개인에게 빚을 내줘 주택거래량을 늘렸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 전세는 자취 감추고 있지만, 전세수요는? = 정부는 13일 자료의 '전망 및 정책추진 방향'에서 "전세→월세 전환 등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임대시장 구조변화에 맞춘 구조적 대응에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전세의 월세화 유도를 시사한 것.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타오르는' 전세수요입니다.
한국감정원이 2012년 7월부터 매월 집계하는 전국 주택전세수급동향지수(이하 전세수급지수)는 올 1월 111.5로 나타났습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죠. 특히 아파트의 전국전세수급지수는 113.7, 서울은 120.6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소재 아파트일 수록 전세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감정원 집계시점 이래 전국전세수급지수는 꾸준한 상승세입니다. 재작년 7∼12월 평균은 106.3, 작년 1∼6월엔 107.9를 나타냈습니다. 직전 6개월 평균치는 111.2로 더 올랐습니다. 같은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전세수급지수도 108.4→111.9→118.2로 널뛰었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이들 전세수요는 비싼 보증금의 아파트를 피해 연립ㆍ다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전체주택 전월세 거래 중 아파트는 64만2079건으로 2012년(64만9318건) 대비 1.1% 줄었습니다. 반면 연립ㆍ다세대주택을 포함한 비(非)아파트 전월세거래는 73만1093건으로 전년도(67만4509건) 대비 8.4%증가했습니다.
당장 작년 12월 통계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전월세거래 중 아파트는 5만5561건으로 2012년 12월 대비 3.6%줄었습니다. 비아파트 거래는 5만5228건이 집계돼 전년동기 대비 10.6%늘었습니다.
비아파트 거래량은 2011년 정부가 전월세거래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만 건을 넘었습니다.
전월세거래에서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는 2011년 전월세 총 거래건수(132만1242건)의 50.6%를 점했습니다. 2012년엔 51%, 작년 53.2%를 나타냈죠.
보증금 차이도 꽤 큽니다. 한국 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현재 전국 비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9046만원 선으로 아파트 평균 전세가(1억6274만3000원)의 55%수준입니다.
정부가 내놓을 월세전환 유도책이 전세수요에겐 '남 일'처럼 들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 전세 못잡고 월세 늘리겠단 정부정책, 계속 먹힐까 = 국토부는 작년 말∼올해에 걸쳐 시장회복세 확산을 위해 총 13만가구에게 돈을 대출해 매수세 진작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자료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월세활성화 방안도 정부는 계획중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민주택기금의 여유자금 19조원 가량을 활용해 준공공임대 공급을 위한 리츠 투자 뿐 아니라 민간임대공급 활성화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커스는 사실상 전세보다 월세 활성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월세화 진작보단 전세공급에도 계속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월세의 고통'이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못한 건 사실상 빼놓고 잘한 걸 부풀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번 발표는 문제입니다. 나아가 향후 정부정책에 전세수요들이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부담되는 월세를 감내해야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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