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한도만 늘리면 해결되나.. 되레 매매 위축시키고 전셋값만 올려

이대혁기자 2013. 8. 2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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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엉뚱한 대책집주인이 담보대출받는 '목돈 안 드는 전세'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

가계 대출 늘려주는 것이 만능 열쇠인가. 전셋값이 치솟으니 전세 대출 한도를 높여주고, 월세가 확대되자 또 대출 대상과 한도를 늘려주겠단다.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내놓은 전ㆍ월세 대책의 골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은 월세 대출 대상을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확대하고 대출 대상자 신용도도 6등급 이내에서 8등급 이내로 확대키로 했다. 대출한도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렸다. 80%인 보증한도도 100%로 확대키로 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전세금을 받아도 돈 굴릴 곳이 없는 집주인들이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내놓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전셋값 급등 대책과 붕어빵 정책이다.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19일부터 일반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1억6,600만원에서 2억2,200만원으로 늘렸다. 신한ㆍ우리ㆍ국민ㆍ기업은행도 23일부터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소득별 전세 대출 한도도 연소득 1.5~3배에서 2.5~4배까지 뛰었다. 결국 오른 전월세 가격을 빚을 더 얻어 부담하라는 것이다.

전세대출 한도가 늘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전셋값은 더욱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달 초 전세 만료를 앞둔 서울 광진구 성수동의 아파트 세입자 최모(45)씨는 집주인으로부터 3억5,0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2년 전보다 7,000만원이나 뛴 가격. 최씨는 "애초 6,000만원 올려달라던 주인이 은행 대출 한도가 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평균 전세가격을 맞춰달라고 했다"며 "대출 한도 확대가 전셋값만 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구매 능력이 있어도 집을 사는 것을 망설이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전월세 대출 한도 확대는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예비 주택 구매자들이 전세가격이 올라도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대출을 얻어 전세금을 올려주고 눌러 앉고 있다는 것. 전세가격 인상이 결국 주택구입으로 이어지면서 전세수요가 감소해야 가격이 안정되는데, 전세 대출 확대로 인해 매매 시장을 위축시키고 전세 공급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방침에 따라 23일 시중은행이 내놓을 예정인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 역시 벌써부터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대출이자는 내는 '집주인 임대 방식'의 경우 전세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은행에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양도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 방식' 역시 일반 전세자금 대출과 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 일부러 절차가 복잡한 이 상품을 선택할지 회의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상품을 내놓긴 하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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