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끝내 부도..파산할 듯(종합3보)
자본금 1조원 허공으로…ABCP 전액 부도 가능성
출자사·주민 피해 막대…소송전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유진 기자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부도를 내 파산 절차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단군 이래 최대규모'라는 이번 사업의 무산으로 출자사들이 쏟아부은 1조원대 자본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일부 기업의 존립이 흔들리고 개발구역에 포함된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12일 자정까지 갚기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고 13일 밝혔다.
문제의 52억원은 전날 만기가 도래한 2천억원 규모의 ABCP 이자로 이 돈을 갚지 못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어음을 포함해 모두 8차례에 걸쳐 발행한 총 2조4천억원 규모의 ABCP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중 1조1천억원의 ABCP 전액이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면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채권자들이 갚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반환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이날 채권자들과 상환 기한을 3개월 유예하기로 합의했지만 6월12일까지 이자는 물론 ABCP 원금 1조1천억원을 반납해야 해 사실상 회생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AMC 관계자는 "일단 디폴트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완전히 파산할 것인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이자를 갚는 데 총력을 기울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다들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곧바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겠지만 사업 정상화가 불가능한 이상 결국 파산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당장 파산하지는 않더라도 법원 심사를 거쳐 파산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끝내 디폴트를 막지 못한 것은 용산역세권개발과 대한토지신탁이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액을 놓고 벌인 마지막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대한토지신탁은 우정사업본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부지를 무단 사용한 데 따라 드림허브에 배상하기로 한 257억원을 신탁 중이다.
드림허브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이 중 자사의 시행사 지분율인 25%에 해당하는 64억원을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과 함께 연대 지급보증하고 이 돈을 받아내 이자를 갚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레일은 대한토지신탁과 지급보증 범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64억원을 넘겨받는 데 실패했다.
코레일 측은 "코레일의 지급보증 범위를 벗어난 추가 요구는 나머지 출자사들이 지분율대로 지급보증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코레일이 추가로 지급보증을 하려면 이사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롯데관광개발 등은 연대보증을 서기로 한 코레일이 협상안의 다른 문구를 핑계로 64억원에 대한 지급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디폴트를 유도했다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도에 따라 그동안 출자사들이 낸 자본금 1조원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는 등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특히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일부 출자사들의 자본잠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와 향후 책임 소재를 둘러싼 출자사 간 소송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을 상대로 랜드마크빌딩 계약금과 토지오염정화공사비 등 7천억원대의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한 바 있다.
게다가 2007년 이 사업 개발구역에 묶여 6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았던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사업 실패와 개발구역 포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코레일과 서울시 등을 대상으로 역시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천8천3㎡를 111층 랜드마크타워, 쇼핑몰, 호텔, 백화점, 주상복합아파트 등 60여개동의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 용어설명 >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으로 만기가 돌아온 기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드림허브는 사업부지 소유주인 코레일에 지급해야 할 땅값 등을 담보로 ABCP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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