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황재성]19대 국회, 그리고 부동산
[동아일보]
황재성 경제부 차장 |
4·11총선은 대다수 정치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과반수 확보와 야당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라는 큰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정치 외교 사회 등 분야별로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갖는 이가 많다.
부동산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동아일보 경제부 부동산팀은 총선을 전후해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후보들의 선거공약을 토대로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를 설문조사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많았다. "실망스럽다"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렇게 공약 없는 선거는 처음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이런 실망감을 반영하듯 매번 총선을 앞두고 들썩였던 건설주들의 움직임도 이번에는 잠잠했다. 오히려 총선을 앞둔 2주 동안 건설업종의 주가는 4.7%가량 떨어졌다. 18대 총선 때는 건설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에 건설업종의 주가가 16%나 올랐다. 당시에는 '뉴타운 개발 추진'이 최대 이슈였고,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서울지역 후보 28명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타운돌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전문가들의 시각과 달리 필자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모습이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다행'인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본다. 1996년에 치러진 15대 총선부터 부동산 담당 취재기자로서 경험한 선거공약의 후유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지역개발이나 도로건설 등과 같은 부동산 관련 '공약(公約)'은 실제로는 립 서비스에 그치는 '공약(空約)'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올해 초 18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197명을 대상으로 공약이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선공약 4516건 가운데 완료된 공약은 3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부만 추진되거나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공약의 상당수가 부동산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공약들에 대한 기대심리로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기 일쑤였다.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일도 빈번했다. 당선된 뒤 공약에 발목이 잡힌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을 지역민원 해결의 장으로 만들어버리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걸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동임대주택 확대 보급 등과 같은 '서민복지와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관련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여당과 야당의 상반된 요구를 조율하는 것이었다. 18대 국회에서도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등과 관련한 부동산 법안이 다수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여야의 의견 차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옛 건설부 및 건설교통부 포함) 출신 관료와 건설업계 인사가 다수 입성한 점에도 일단 기대를 걸고 싶다. 관료 출신이 6명이고, 건설회사 최고경영자도 3명에 이른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터무니없는 발목잡기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19대 국회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황재성 경제부 차장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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