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시장 추락할때 지방은 웃었다

2010. 12. 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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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기 파주 등 약세 머물때 경남·부산·전북은 폭등세

내년 입주 10만가구 줄어 전세시장 불안 이어질 듯

올해 부동산시장 흐름의 특징은 '수도권 약세, 지방 강세'로 요약된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입주폭탄'이 쏟아지면서 기존 아파트 값까지 끌어내렸다. 거래 위축으로 서울 강남권 등 그동안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버블세븐지역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전셋값은 폭등했다. 수천만~수억원씩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이 많았다. 집값이 떨어진 집주인 가운데 상당수는 은행대출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기도 했다.

■ 고양·파주 많이 내리고 부산·경남 많이 오르고

올해 입주물량이 많았던 경기 고양·파주·용인과 서울 은평·강북 등은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과천은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약세로 재건축과 노후단지, 2~3년차 새아파트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추석 연휴와 8·29대책, 바닥인식론 확산 등으로 가을 이사철부터는 수도권 주요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수도권 전셋값 상승은 서민들을 외곽으로 내몰고, 화성, 광명, 의왕, 오산, 분당을 비롯해 용인, 광진, 수원 등지의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화성, 의왕은 수도권 안에서 전세가격이 저렴해 주변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가장 많이 올랐다.

지방은 경남(11.38%), 부산(10.57%), 전북(9.97%), 대전(7.19%) 차례로 집값이 폭등했다. 경남은 부산생활권인 김해, 양산시가 부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탓에 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부산은 중소형 수요 부족을 시작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탔고, 전북은 새만금방조제,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의 개발 호재로 가격이 올랐다. 지방 전세는 대전(16.62%), 부산(15.07%), 경남(15.01%), 전북(9.85%), 전남(9.01%) 등의 상승폭이 컸다.

■ 분양시장 침체 속, 일부 단지는 선전하기도

올해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청약 결과는 시기별, 지역별로 극명하게 나타났다. 수도권 분양시장은 지난 2월11일 양도소득세 감면혜택 종료시점을 앞두고 막바지 혜택을 누리려는 수요자들로 1, 2월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수요자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분양시장은 긴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한때 청약불패를 자랑하던 인천 청라지구와 송도국제도시마저 분양성적이 저조했다.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서도 미분양이 나왔다.

이런 침체 속에서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 리체'는 지난 22일의 1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포 리체는 올 하반기 서울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유일하게 '1순위 청약 마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광교새도시 '자연앤자이'는 우수한 입지로 상반기 청약경쟁률 1위(40.53 대 1)를 기록해 눈에 띄었다.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인기도 여전해 서울 위례(송파)새도시 일반공급은 827명 배정에 5502명이 신청해 평균 6.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는 광교, 강남재건축, 도심뉴타운 사업지 등의 경쟁률이 높아 전통 인기지역의 힘을 보여줬다.

분양 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세종시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청약은 2.1 대 1로 마감됐고, 초기 계약률 80%를 달성해 세종시의 전망을 밝게 했다.

반면 지방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아파트값 강세와 더불어 분양시장이 살아났다. 특히 기존 주택가격이 많이 오른 부산은 전주택형 1순위 마감 단지가 속출했고, 부산 해운대 '자이'는 분양현장에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까지 나타났다. 지방은 몇 년 동안 장롱 속에 있었던 청약통장이 부활했고,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을 꺼렸던 건설사들도 앞다투어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 임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인기

올해 임대아파트는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서울 강일2, 송파 마천, 강남 세곡지구에서 나온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 3차 보금자리지구 하남 감일의 10년 임대도 애초 미분양 예상을 깨고 3.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민임대도 경기 안양 관양지구, 의왕포일2지구, 광교 등은 무주택 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런 인기는 올해 공급된 임대아파트의 입지 여건이 우수한 면도 있지만,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싼 임대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큰 요인이었다.

오피스텔 인기도 눈에 띈다. 청약 줄서기, '원정 떴다방'이 등장했다. 포스코건설의 부산 서면 '더샵센트럴스타리츠' 오피스텔을 비롯해 대우건설의 서울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오피스텔 등 서울, 지방 구별 없이 경쟁률이 높았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중견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편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공급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17만5000여가구(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 제외) 안팎에 그쳤다.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18만8485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입주물량도 올해 29만4543가구에서 내년엔 19만1690가구로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세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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