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애 가장 비싼 한가위" 서민들 성토

이경호 2010. 9. 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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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 추석 체감경기 설문] 돼지고기로 상추 싸먹을 판..물가안정시급·부동산추가대책 주문 봇물

[아시아경제 이경호·박연미 기자] 지난 추석 연휴, 아시아경제신문이 수도권을 포함 전국 각지에서 만난 시민 200명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물가 안정과 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석을 앞두고 나온 물가안정대책이나 8ㆍ29 부동산 대책 등 정부 정책의 효과를 실감한다는 답변은 드물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 대다수는 '지표로 나타나는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한다(84%)'고 답했다. 주된 요인은 역시 '물가 상승(64%)'이었다. 하반기 중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도 '물가 안정'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4%에 다다랐다.

정부가 이달 초 수급 조절과 구조 개선을 통해 물가를 잡겠다며 내놓은 '추석 민생과 서민물가 안정방안'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신선식품은 공급을 늘리고 관세를 내려서, 공산품은 제조업체끼리 경쟁을 붙이고 가격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서 뛰는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국민 판정단'이 준 점수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인터뷰 중 경기도에 거주하는 K씨(33)는 "마트에 나가보니 돼지고기보다 상추가 더 비싸더라"면서 "이제는 상추에 돼지고기를 싸먹는 게 아니라 돼지고기로 상추를 싸먹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C씨(55)도 "이번 추석엔 상여금을 주지 않은 회사들도 많았다"면서 "소득은 제자리인데 시금치 한 단에 4000원씩 하더라"며 물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광역시의 J씨(60)도 "열무 두 단을 사니 1만원이 넘었다"면서 "이게 말이 되느냐"고 정부를 성토했다. 대구광역시의 맞벌이 주부 K씨(39)는 "경기회복 경기회복 하는데 물가 인상이 경기 회복의 다른 말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현장에서 전해들은 물가 부담은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조사한 2·4분기 가계지출 규모는 145조9000억원으로 여기서 19조 4000억원이 먹을거리를 사는 데 쓰였다.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로 나가는 돈의 비율을 나타낸 엥겔계수는 9년 사이 최고치로 뛰었다.

그렇다고 하루 세끼 먹던 국민들이 끼니 수를 늘린 것도 아니다. 결국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8월 중 전체 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6%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내에서 움직였지만,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지수는 1년만에 20%나 폭등했다.

특히 많이 오른 건 채소가격이다. 푸성귀 시세가 1년 전보다 24.7%, 한 달 전보다 10.7% 급등했다. 과일 값도 1년 새 17.2%나 뛰었다. 어패류 가격 역시 1년 새 10.5%나 올라 가계에 주름살을 드리웠다. 품목별로는 무(126.6%)와 마늘(85.0%), 수박(72.6%) 시세가 폭등세를 보였고, 포도(43.4%)와 배춧값(35.9%) 역시 40% 남짓 올라섰다. 국산 쇠고기(7.0%) 가격도 체감할 만큼 비싸졌다.

내놓은지 한 달이 된 8ㆍ29 부동산 대책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서울에 사는 L씨(45)는 "4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려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갔더니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나중에 찾아오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고 말했다.

강남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J씨(54)는 "정부 대책이 나온 뒤로 급매물이 반짝 늘어나기는 했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단지에서 사는 사람은 없고 호가만 부풀어 거래가 외려 위축됐다"고 전했다.

이사철을 앞두고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를 계획 중인 P씨(39)도 걱정이 많았다. 그는 "대전에서 시세 2억원짜리 아파트에 살았는데 서울에선 비슷한 면적의 전세 가격이 1억7000만원 정도였다"면서 "매매가의 60% 수준이라 대출을 받고 구입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금리가 비싸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2005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39.8%까지 치솟았다. 경기도 역시 200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43.5%를 나타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기대했던 것보다 강력한 규제 완화안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은 8ㆍ29 대책마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건 향후 집 값 상승을 점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집 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확신이 없으면 당분간은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면서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수요 진작책 하나로 시장이 살아나리라 기대하긴 무리"라고 지적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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