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사둔 땅 어쩌나

2010. 7. 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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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들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세종시 원안이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사업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는 데다 부동산 시장마저 깊은 침체에 빠져 세종시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데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세종시에는 예정지구 16만가구, 주변지역 4만가구 등 총 20만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며 2007년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는 모두 12곳이다. 이 가운데 풍성주택과 쌍용건설은 지난해 계약을 해지했으며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두산건설 효성 극동건설 금호산업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10개사는 1~2차 중도금 이후 분양대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2차 중도금까지 낸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뿐이다. 건설사들이 미납한 분양대금은 4700억원을 넘어섰다.

세종시 개발 지연으로 분양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토지대금을 완납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건설사 판단이다. 이들 건설사는 이미 낸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돌려받고 계약해지를 희망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땅값을 깎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 가능성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세종시가 원안이 추진된다 해도 토지를 분양받을 당시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당시 제시한 일정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오리무중인 세종시 건설계획을 믿고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국가 정책을 믿고 세종시 건축설계 공모에 많은 인원과 설계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처가 사업 지연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고, 오히려 모든 리스크를 기업에 전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계약을 해지해 택지를 회수한 후 새로운 계획에 맞춰 재분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건설사들은 개별 행동 대신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은아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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