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세종시·4대강 '난기류'에 뒤숭숭

2010. 6. 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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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장·도지사 등 야권 약진에 "친기업 기류 꺾일까" 긴장

삼성·한화 등 대체지 물색…관련기업 주가도 큰폭 하락

여당의 참패로 끝난 '6·2 지방선거'의 후폭풍이 재계에도 몰아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기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따른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이다. 이미 국회에서 수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대체지 물색' 이야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충청 지역에서 '원안 고수'를 공약으로 내건 광역단체장이 모두 당선되는 바람에 강행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세종시 투자 계획을 확정한 삼성, 한화, 롯데, 웅진 등은 지난 5월 정운찬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세종시 문제가 지연될 경우 대체용지 확보 등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삼성의 경우 당장 급한 엘이디(LED) 조명 생산설비 건설을 더 늦추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세계 엘이디 조명 수요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예정인데 정부가 약속한 대로 올해 안에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부터 공장을 짓고 준비해도 빠듯하다"며 "(기업투자는) 시기를 놓치면 안되니까 마냥 미뤄질 것 같으면 빨리 대안을 찾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1조327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공장, 국방미래연구소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한화그룹 쪽은 "본격적인 투자가 2012년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도 "선거 결과로 수정안이 표류하거나 결국 취소된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도 "태양광에너지 공장과 그룹 종합연구개발센터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었는데 사업 목적의 설비투자 대상지로 세종시가 안되면 다른 부지를 모색해야 할 것 같다"며 "기업으로서는 세종시 입주에 따른 여러 혜택이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는 건설업체들도 "발주처(정부)가 하라는 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사업 진척이 느려지거나 공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남, 충남 등 4대강 공사가 진행중인 곳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4대강 반대를 들고 나온 판이라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까 하는 걱정은 있다"며 "지금도 반대가 심해 공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3일 주식시장에서는 4대강과 세종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재계에선 이번 선거의 영향으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비즈니스 프렌들리' 분위기가 꺾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임기 초반에 법인세 인하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있었으나 그 이후 촛불 정국 등을 거치면서 중도·친서민 기조로 변화한 측면이 있다"며 "선거 이후 레임덕이 오면 친기업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더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3일 일제히 "당선자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산업팀 종합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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