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돌파구는 없나-(중) 냉·온탕식 정책·규제] 분양가상한·양도세 감면 등 규제-활성화 대책 오락가락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연장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최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만 양도소득세 감면 연장을 결정한 것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권 회장은 오히려 "양도세 감면 혜택을 수도권으로까지 연장하고,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도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건설업계 위기는 업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건설업계가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식으로 아파트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누구 잘못이든 간에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국내 주택건설 분야는 부도 도미노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형 주택정책이 위기 초래=국내 건설업계 위기의 뿌리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 정책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20년 간 우리나라 주택·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신도시 등에 단기간 대량 공급 방식으로 아파트를 쏟아냈다.
대량 공급 방식으로 인해 1970년 79.5%에 머물던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9.9%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다. 반면 전체 단독 주택 규모는 1970년 95%에서 2005년 32%로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 역시 성장을 거듭,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등을 모색해왔다.
대량 공급 방식은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에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내 수주에서 주택 수주 비중이 40%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로서는 주택 시장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한국 건설산업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공공 부문의 경우 대규모 수용방식에 의한 공공택지 조성 후 토지수익금으로 기반시설을 건설해왔고, 민간 부문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의존한 선분양으로 부동산 경기 의존적 사업방식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시장 수요를 무시한 채 공급을 남발하며 시장 불안을 초래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은 건설사들이 2005년 부동산 호황기에 기대 부산, 대구, 울산 등 지방에 마구잡이로 택지를 구입해 공급을 시도한 영향이 컸다. 올해 '불 꺼진 아파트'로 대표되는 입주 대란 역시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앞 다퉈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것이 결정적이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 주택·부동산 시장은 대규모 단기 개발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물량이 재고주택 시장에 편입되거나 누락됨에 따라 시장 불안을 초래해 왔다"고 밝혔다. 물량이 커 기존 시장에 흡수될 때는 과열 양상을 보여 온 반면 기존 주택 시장에 흡수되지 않을 때는 시장이 침체되는 등 시장 불안의 한 요인이 돼왔다는 것이다.
◇정권 따라 바뀌는 '냉·온탕식' 정책=정부는 이 같은 부동산 시장 과열 상황에서 규제책, 침체 상황에서는 시장 활성화 대책 등을 번갈아 내놓으며 시장 안정화를 꾀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정책이 장기적 안목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온탕식 정책을 꺼내들면서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적이 많았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때는 시장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예를 들어 5·23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과 9·5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 8·31 부동산제도 개선방안 등이다. 반면 현 정권 들어서는 8·21 부동산규제 완화방안, 9·1 부동산세제 개편안, 10·21 가계 주거 부담 완화 방안, 11·3 부동산 및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 등 규제 완화 정책이 쏟아졌다.
또 정부 정책이 국내 건설업계의 경쟁력 강화 측면을 도외시한 점도 건설업 위기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3월 건설산업선진화 방안을 수립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하고 1년 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연구원 장철기 연구위원은 "대책의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법·제도 개선을 성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았고 중·장기적 산업 혁신보다는 단기 현안 중심의 제도 개선에 치중한 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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