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어떻게 돼가나
서울 강남은 언제나 부동산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가운데서도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시장 회복 조짐이 보이면 가장 먼저, 가장 가파르게 가격이 올라 주변 아파트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되는 것이 수년간의 패턴이었다.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운데 일부는 이미 새 아파트로 변신해 높은 수익을 실현한 곳도 있지만 여전히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도 있다. 올해 재건축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 개포주공 유일하게 남은 저층
=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개포주공아파트 7개 단지 1만3396가구 모두가 재건축 예정 단지다. 이 중 5층짜리 5040가구로 구성된 1단지가 재건축 진행 상황이 가장 빠르다. 1단지는 2003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고, 2~4단지는 안전진단 단계다. 강동구 고덕동 주공아파트 9개 단지가 재건축 정비계획을 수립해 개포주공아파트는 강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저층 단지가 됐다.
강남구청에서는 개포동 주공아파트 전체 정비계획의 밑그림 격인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지난해 9월 시에 제출했다. 서울시에서 한 차례 수정을 요구해 11월 초 다시 보완한 계획안이 시에 상정된 상태다.
문제는 용적률. 택지지구인 개포지구는 현재 받을 수 있는 최고 용적률이 200%다. 서울시 기준 2종 일반주거지역,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인 190%, 210%보다 상한 용적률이 낮다. 강남구청과 재건축 조합 측에서는 서울시 전역에 적용하는 기준을 똑같이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해 주면 저탄소 에너지 절감, 기부채납 등을 통해 용적률을 올려받겠다는 주민 주장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덕지구와 달리 개포지구는 택지지구 내 토지에 대한 종별 구분이 더 필요하고 용적률 상향에 대한 공론화도 덜 됐다"고 지적했다. 저층 택지개발지구였던 고덕지구 재건축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의견차를 좁히겠다는 설명이다. 강남구와 조합, 서울시 측은 15일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위한 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사항에 대해 협의를 시작한다.
◆ 안전진단 삼수 은마 이번엔…
= 강남 재건축의 또 다른 관심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1980년 5월 준공해 올해로 30년을 채운 은마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다른 재건축 단지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4424가구 매머드급 단지라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전진단에 들어가 2월 말쯤 강남구청에 결과가 통보될 예정이다. 최고 14층 중층 아파트인 은마아파트는 2003년, 2004년에 이어 안전진단 삼수째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 안전진단까지 실시해 재건축 실시에 대한 주민 기대감도 높다.
강남구청도 재건축사업에 적극적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노후도와 건물 상태를 정확히 판단한다면 통과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은마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준공한 지 30년이 안 된 나머지 단지 재건축사업도 위축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가 2월 말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조합설립 인가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대치동 삼성동 도곡동 등 인근 지역에서는 이주 시기가 겹치는 재건축사업장이 없다. 강남구청 측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재건축 절차를 무난하게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진단을 신청한 직후인 지난해 10월보다 시세는 3000만~5000만원가량 낮아졌지만 거래는 꾸준하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10억~10억2000만원 선에 거래됐던 공급면적 기준 102㎡가 새해 들어 9억5000만~9억7000만원 선에 매매됐다. 112㎡는 11억~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재건축을 추진한 지 6~7년 이상 지나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102㎡가 재건축 후 115㎡가량으로 넓혀가면 추가 부담금은 1억원 안팎이 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예측하기도 한다.
◆ 잠실 주공5ㆍ둔촌 주공도 시세 꿈틀
=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최근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가격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예비 안전진단이 끝난 후 올해 3월 정밀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한층 빨라진 재건축사업 속도와 제2롯데월드 착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거래가격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이전 가격을 웃돌고 있다.
DTI 규제 확대 전 12억2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112㎡는 지난해 11월 들어서는 11억4000만원까지 내려간 급매물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12억원 선에 거래됐고 지난 5일에는 12억5000만원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 가격이 급등한 후 요즘 들어서는 거래가 다시 줄어든 분위기지만 호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바닥나면서 대기 수요자들이 매물을 잡기 위해 휴일에도 현금을 준비해 매물을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 주공 역시 지난해 말 조합설립 인가 이후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28일 둔촌 주공1~4단지 총 5930가구에 대해 강동구청에서 조합설립 인가가 떨어졌다. 2007년 7월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로 아파트 조합추진위원회와 상가 조합추진위원회 갈등 때문에 사업이 중단됐지만 지난해 아파트 입주자만으로 조합설립을 시도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조합설립 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초부터 매수세가 몰려 12월 한 달간 둔촌 주공1단지 내에서만 40여 건이 거래됐다.
11월 6억원까지 떨어졌던 52㎡는 조합설립 인가 직후 6억5000만~6억6000만원대로 올랐으며 7억6000만원 선이던 72㎡는 8억3000만원 정도에 실제 거래됐다. 최근 거래가격은 52㎡가 6억8000만~6억9000만원, 72㎡가 8억7000만원대로 보름 사이 3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행운부동산 관계자는 "조합설립 인가가 난 후 매수 문의가 늘면서 둔촌 주공1~4단지 모두 한 달 새 6000만~7000만원 정도가 올랐다"며 "가격이 갑자기 뛰자 매물을 거둬들이고 언제쯤 팔지 저울질하는 집주인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 사업 추진 물꼬 튼 반포 주공1단지
= 10년 넘게 얘기만 나돌던 반포 주공1단지(1~4주구)는 서초구 반포동 956 일대 총 3590가구 대단지다.
이 가운데 반포 주공1단지 3주구(전용 63㎡형 1490가구)가 최근 개발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하면서 사업 진행의 물꼬를 텄다.
이 단지는 2002년 기본계획 수립 시 할당된 상가 면적을 놓고 아파트와 상가 조합원이 이견을 보이면서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해왔지만 최근 상가 용지 증가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변경안이 확정됐다.
추진위원장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도 법원이 관선변호사를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라고 판결하면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총회를 거쳐 추진위원장을 선정하게 되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2억1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2억7000만원 이상으로 호가가 형성되어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매수자들은 가격 부담 때문에 섣불리 매수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강남 재건축은 올해 부동산시장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강남권 대단지 가운데 재건축이 활발히 추진된 곳이 없었던 만큼 일부 단지 재건축 추진은 시세 분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재건축 호재로 가격이 회복되고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와 같은 부동산 시세 급등은 연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이유진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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