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에 단비..실수요층 불안감은 여전
[머니투데이 문성일기자][[머니위크]종부세 위헌결정]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으로 MB 정부의 '강남 구하기' 작전이 열 달 만에 거의 완수 단계에 왔다. 각종 규제에 숨죽였던 강남이 다시 기를 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MB 정부가 강남을 규제의 숲에서 구해내려는 이유는 이 지역 주민들의 지갑을 열어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지지층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
규제 해체는 전방위적이다. 거래에 있어 부담이 돼 온 각종 대출과 세제를 비롯해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줬다. 투자 수요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제 날개를 달게 된 강남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숨죽이며 부동산시장을 관찰하는 수요자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춤추는 '강남'
MB 정부의 강남 규제 완화 핵심은 재건축 규제 및 각종 세제 완화다. 여기에 헌재의 종부세 주요 과세 조항에 대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도 강남을 되살리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재건축에 대한 규제의 장벽은 대부분 허물어졌다. 앞서 8.21대책을 통해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와 일반공급분 후분양 의무조항이 각각 폐지됐다. 같은 대책에서 기존 2회인 안전진단 절차를 1회로 줄이는 동시에, 판정기준 실시시점도 정비계획 수립 후에서 수립 전으로 앞당겨졌다. 종전 최고 15층까지인 2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층수를 평균 18층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함께 나왔다.
이어 11.3대책에서 용적률을 법정한도까지 완화하고 소형평형 의무비율 조정과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이들 대책으로 강남 중층 재건축아파트가 상당한 수혜를 입게 됐다.
특히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같이 용적률 한계로 1대 1 재건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단지들의 사업성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율을 중심으로 한 각종 세부담 완화와 함께 대출 규제를 풀어준 것도 강남권 입장에선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은 조치다. 고가주택 기준이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 시가 6억~9억원 사이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은 보유(3년)와 거주 기간만 채우면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현행 연 4%에서 연 8%로 확대되며 20년을 보유해야 최대 80%까지 가능했던 양도세 공제 범위 기간이 10년으로 절반이나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 과세표준이 일부 오른 데다, 양도세율도 양도차액에 따라 현행 9~36%에서 6~33%로 인하된다. 이 중 고가주택 기준 상향과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조치의 경우 값비싼 주택의 양도세를 대폭 낮추는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들의 전성시대를 도래하도록 하는 조치이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소위 '부유세'로 불렸던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정부 조치와 헌재의 결정은 강남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의 하이라이트다.
정부는 9.1세제개편에서 재산세와 종부세에 공정시장가액을 도입해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관련 세금을 탄력적(±20%)으로 조정키로 했다.
이어 헌재가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헌재는 종부세 자체에 대해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주요 과세 조항인 세대별 합산과세와 거주목적 1주택자 장기보유 과세 등은 위헌이거나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이들 조항은 종부세 존립 목적과도 같다. 따라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종부세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보유주택을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증여하거나 공동명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종부세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1가구1주택 장기 보유자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세부담이 대폭 줄어들거나 경우에 따라선 아예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헌재의 이번 결정이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투기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종부세 찬성론 측에선 "헌재의 이번 결정은 종부세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고가주택의 과다 보유에 대한 안전장치를 사실상 해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그동안 종부세를 반대해 온 측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세법을 개정해 과세 대상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 수요자 판단이 '관건'
이처럼 잇단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인해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을 맞고 있다. 그만큼 강남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는 고가아파트들의 경우 많은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초고가아파트의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도 양도세나 보유세 등 관련 부과 세금은 상대적으로 푼돈에 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이유로 강남 일대 여유층을 중심으로 당장 매도보다는 시장 회복 시까지 팔지 않고 관망하려는 보유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신규는 물론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어 호가 역시 다시 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관건은 수요자들의 판단이다. 호재를 만난 집주인들과는 달리, 강남을 바라보는 수요층은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를 필두로 실질 구매력 감소와 단기간 급등에 따른 후유증,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상당기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이 실속 챙기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경기 침체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매물이 회수되더라도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집값 하락폭을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하락세 자체를 멈추기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분양시장 역시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비싼 중대형의 경우 여전히 수요자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본격 매수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집부자'에게는 종부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다주택자 중과 규정으로 저가주택 신규 투자수요 발생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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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일기자 ssamdd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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