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로 지은 집, 놀라지 마세요 [ESG 세상]

안치용 2024. 10. 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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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세상]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는 헴프

[안치용, 이하영, 이승우, 이윤진 기자]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헴프크리트 숙소
ⓒ Tao Climate
지난 2월 '타오 클라이밋(Tao Climate)'은 우크라이나의 헴프 건축 회사인 '헴프 테크놀로지(Hemp Technology)'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전쟁으로 인한 국내 실향민과 고아 170명을 위한 주택 건설에 헴프크리트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축자재인 헴프크리트(Hempcrete)는 환각물질 THC 함량이 적은 산업용 대마인 헴프(Hemp)로 제작한다.

'타오 클라이밋'은 헴프 테크놀로지와 협업 프로젝트로 1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것으로 추정돼 일론 머스크가 1억 달러의 상금을 내건 XPRIZE 탄소 제거 대회(Xprize Carbon Removal)의 상위 100개 팀에 이름을 올렸다.[1]

대마초로 탄소 포집

'타오 클라이밋'은 대마의 환경적 이점을 활용해 탄소 포집 및 감소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제품 및 기술을 만드는 아일랜드 기업이다. 이 기업은 지속가능한 건설을 위한 헴프크리트 개발, 지속가능 항공유 생산, 헴프 기반 탄소 배출권 등의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글 스타트업'의 회원으로 수백만 명에게 헴프를 이용한 주택을 건설해 2030년까지 대기 중에서 10억 톤의이산화탄소를 제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2]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국내 실향민과 전쟁고아를 위한 헴프크리트 건축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헴프크리트는 헴프 허드(헴프 목질 섬유)와 석회를 혼합해 만든 헴프 기반의 콘크리트인 건축자재로 일반 콘크리트와 비교해 열전도율이 24분의 1에 불과해 단열성이 뛰어나다. 또한 균열에 대한 저항력은 3배나 돼 내구성이 더 강하다. 여기에다 1헥타르 면적에서 재배한 헴프는 15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한다.[3]

헴프크리트의 증산성과 흡습성은 실내 수분 함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게 해 실내 공기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4] 실내 공기가 습하면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하면 내뿜은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 통기성이 좋아서 곰팡이 발생을 억제함으로써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한다.

헴프크리트는 정상적인 입사 신호의 40~50%를 흡음하는 특성이 있어 방음 효과가 뛰어나다.[5] 그러나 이렇게 탁월한 성능에도 헴프크리트는 하중을 견디는 데 적합하지 않아 구조재로 사용되지 않는다. 벽, 바닥, 지붕 등에 시공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6]
 타오클라이밋 CEO 게리 번즈
ⓒ Tao Climate
'타오 클라이밋' 최고경영자(CEO) 게리 번즈는 "우크라이나가 헴프 재배와 헴프크리트를 이용한 건축에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기에 우크라이나에서 시범 사업을 선정했다"며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주택수요가 많기도 하지만, 헴프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 배출권을 판매해 재건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번즈는 헴프크리트가 콘크리트과 비교해 환경적인 이점이 큰 혁신적인 건축 자재라고 강조하면서 수명이 다한 후에 퇴비로 만들거나 재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탄소를 격리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최대 이점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건물 및 건설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37%다.[7] 이에 따라 건설 산업에서 탈탄소화가 시급한 현안이 되었고, 독성이 없고 탄소를 포집하는 특성이 있는 건축 자재인 헴프크리트가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1헥타르 면적에서 재배되는 헴프는 9~15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해 저장하며, 자라는 데 5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헴프크리트는 건물 수명 동안 탄소를 재방출하지 않고 계속해서 격리하는 특성이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건축 자재로 평가받는다.[8]

헴프와 마리화나
 헴프와 마리화나의 구분
ⓒ doja hemp
'대마=마약'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산업용 대마인 '헴프(Hemp)'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서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마의 약리적 핵심 성분은 THC(delta-9 tetrahydrocannabinol)와 CBD(cannabidol)이다. 두 성분의 모두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다양하게 조절하여, 통증 경감과 우울×불안×뇌전증(간질) 등에 효과를 내는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의 일종이다. THC는 CBD와 달리 환각 및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대마를 건조했을 때 향정신성 물질인 THC의 농축 농도가 0.3%보다 높으면 마리화나(marijuana), 0.3% 이하면 헴프(hemp) 로 구분된다.[9]

헴프는 산업용 소재로 건축 외에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헴프의 이산화탄소 저감 기능이 알려지며 재배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이며, 부위별로 대마의 여러 유용성이 보고되면서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 등 바이오 분야와 섬유, 플라스틱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10]

삼베, 헴프 의류로 다시 주목받다
 파타고니아 워크웨어 컬렉션
ⓒ Patagonia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올해 헴프 섬유를 이용한 '워크웨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친환경 섬유인 헴프와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유기농 순면 캔버스 등의 원단을 사용해 노동자의 움직임과 내구성, 편의성을 고려한 작업복이다. 일반 캔버스 원단 대비 내마모성이 25% 더 뛰어날 뿐 아니라,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이 특징이다.

파타고니아는 토양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토양의 건강을 지켜주는 헴프의 중요성을 인식해 2017년 워크웨어 라인을 시작으로 헴프 섬유, 유기농 순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텐셀 리오셀을 섞은 기능성 소재 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2021년 '헴프 데님 컬렉션'에 이어 올해 헴프 섬유를 이용한 바지, 모자, 양말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 관계자는 "헴프는 내구성과 통기성이 좋고 입기에 편안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소재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재배할 수 있는 천연 섬유"라며 "관개가 거의 필요하지 않고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양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헴프는 토양 침식을 방지해 토양의 건강을 지켜주는 아주 중요한 소재"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삼베'로 일컬어진 헴프 섬유는 내수성, 항균성, 소취성, 다공성 및 통기성이 우수해 전통적으로 다양한 섬유 및 염직 제품에 사용됐다.[11] 헴프 섬유의 다공성 구조는 숨 쉬는 섬유로서 역할뿐 아니라 흡습성 및 염색성 등에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따뜻한 기후에는 시원한 소재로, 추운 기후에는 따뜻한 소재로 작용하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우수한 천연 항균성으로 100% 헴프 섬유로 만든 옷은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피부염 예방에 효과를 보인다.[12] 더불어 재배 시 많은 양의 살충제와 비료가 사용되는 목화와 달리 헴프는 재배 시 살충제와 비료가 거의 필요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마약류 규제, 면직물과 합성 섬유의 보급으로 위축된 삼베 산업은 헴프의 친환경적인 특성이 다시 주목받으며 유니클로, 리바이스, 파타고니아 등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에서 사랑받는 소재로 부활하고 있다.
 헴프
ⓒ Patagonia
헴프 섬유, 플라스틱의 대체제가 되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및 바이오폴리머 시장 규모는 2021년 106억 5560만 달러에서 연평균 22.7%씩 증가해 2026년에는 296억 588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13] 바이오 플라스틱은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으로 바이오매스 함량이 50%만 돼도 석유 기반 플라스틱 대비 80%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14] 헴프 속대와 섬유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자원 중 하나다.

석유화학 플라스틱과 유사한 품질의 바이오 플라스틱은 이미 상업화해 이용되고 있다. '특정 조건'에서 180일 안에 생분해되는 옥수수 전분이나 사탕수수 소재의 PLA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됐다. PLA의 생분해 조건은 58℃ 이상의 온도와 70% 이상의 수분이 갖춰진 지역으로 이 조건하에서 90~180일 이내 90%가 분해된다.[15] 국내에서는 현재 PLA 생분해 처리를 위한 전문 퇴비화 시설이 없어 대부분 소각되고 있다.

헴프는 별도의 처리시설 없이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로 분해 과정에서 매립지나 해양을 오염시키지 않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다.

헴프의 줄기에서 추출한 셀룰로스로 만들어진 헴프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 플라스틱보다 강도가 약 2.5배 강하며, 가볍고 무게 대비 밀도 비율이 매우 높아 무거운 구조물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이러한 헴프 플라스틱은 자동차, 건축 및 포장 산업에서 사용된다.[16]
 헴프 플라스틱이 사용된 포르쉐 718 카이맨
ⓒ Porsche
포르쉐는 2019년 포르쉐 718 카이맨의 출시를 시작으로 자체 생산 자동차의 차체와 내장재에 헴프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자동차 제조 업체는 플라스틱 및 금속 부품 대신 천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헴프 기반 부품을 갖춘 자동차는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되며, 약 30% 가벼워 연비에 이점이 있다. 헴프의 생분해 특성으로 추가적인 환경 위협이 없다. 이러한 특징에 주목해 포르쉐뿐만 아니라 포드, 크라이슬러, 니산, GM, 혼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의 문 패널, 헤드 라이너, 트렁크 부품에 헴프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있다.[17]

헴프 섬유로 만든 플라스틱은 처음부터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포드자동차의 창립자인 헨리 포드는 1942년 "Soybean Car" 또는 "Hemp Body Car"라고 불린 자동차 제작에 헴프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당시 포드의 헴프 소재 자동차의 패널은 두께가 1/4인치에 불과했고, 전체 차량은 기존 금속 자동차보다 30% 가벼워 연비가 줄어드는 이점이 있었다. 이러한 포드의 시도는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자동차 산업에서 철이 주로 사용되기 시작하며 잊혔다.[18] 그러나 헴프 플라스틱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주목받으며 헴프 플라스틱 내장재를 활용한 자동차가 현재 다시 출시되고 있다.

안동포의 고장 안동, 헴프 산업의 중심지가 되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산업용 대마 시장 규모는 1167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19] 헴프 산업은 세계적인 대마 합법화 추세와 함께 크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부응해 안동시를 중심으로 헴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안동시에서는 국내 대마의 90%가 생산되며 대마 섬유로 제작한 안동포가 유명하다.

안동시는 2020년 8월 '경북 산업용 헴프규제 자유특구'로 지정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대마 관련법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을 면제받아 대마를 재배하고 칸나비노이드 중 CBD를 추출해 해외에 수출하는 산업화를 진행했다. (재)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주)유한건강생활, 한국콜마(주) 등 34개 기업 및 기관이 규제자유특구사업자로 참여해 완화한 규제 속 헴프 산업을 이끌고 있다.

노중균 한국대마산업협회 협회장은 특구 내 산업 성과에 대해 "산업화를 하고자 할 엄두도 못 내던 대마에 대해서 산업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과"이며 "안전하게 대마를 재배하고 추출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세계적 추세에 맞춰 한국에서 헴프 및 마리화나가 합법화됐을 때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를 경북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미리 검증할 수 있었다"며 "강원도 춘천, 전라북도 등지에서도 헴프 산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산업화엔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어 더 강력한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특구 내에서 실증 특례를 받은 사업자만 첨단시설재배(스마트팜)에서만 헴프를 생산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노지재배 등을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노 회장은 강조했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이하영·이승우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덧붙이는 글 | [1] Edward Helmore(2024.02.15). “’It’s almost carbon-negative’: how hemp became a surprise building material”. The Guardian. [2] https://taoclimate.com/tao-climates-revolutionary-carbon-removal-solution-gains-global-recognition-in-xprize-top-100/ [3] https://undecidedmf.com/episodes/exploring-how-this-plant-could-replace-concrete/ [4] Carlo Ingrao, Agata Lo Giudice, Jacopo Bacenetti, Caterina Tricase, Giovanni Dotelli, Marco Fiala, Valentina Siracusa, Charles Mbohwa, Energy and environmental assessment of industrial hemp for building applications: A review,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Volume 51, 2015, Pages 37, ISSN 1364-0321, [5] Kinnane, O., Reilly, A., Grimes, J., Pavia, S., & Walker, R. (2016). Acoustic Absorption of Hemp Walls with Ground Granulated Blast Slag. Int. J. Archit. Environ. Eng, 10(9), 1190. [6] https://undecidedmf.com/episodes/exploring-how-this-plant-could-replace-concrete/ [7] 2019년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 2022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8] https://agriculture.ec.europa.eu/farming/crop-productions-and-plant-based-products/hemp_en [9] 김문철, 최재천, 문희철. (2023). IPA를 활용한 한국대마산업 국제경쟁력의 탐험적 분석. 경영경제연구, 45(1), 181. [10] 손호용, 김문년, 김영민. (2021). 대마생물산업의 현황과 전망. 생명과학회지, 31(7), 678. [11] 같은 글 680. [12] 지동선, 황민수, 이정진. (2010). 친환경 헴프섬유의 최근 기술개발 동향. 염색가공, 5, 63-64. [13] 박지현, 홍미영. (2022.11). 바이오플라스틱.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13. [14] 같은 글 2. [15] 같은 글 8. [16] Malabadi, Ravindra & Kolkar, Kiran & Chalannavar, Raju & Mudigoudra, Dr. Bhagyavana & Castaño Coronado, Karen. (2023). Industrial Cannabis sativa: Hemp Plastic-Updates. 20. 718-719. 10.30574/wjarr.2023.20.1.21023. [17] Malabadi, Ravindra & Kolkar, Kiran & Chalannavar, Raju & Mudigoudra, Dr. Bhagyavana & Castaño Coronado, Karen. (2023). Industrial Cannabis sativa: Hemp Plastic-Updates. 20. 719. 10.30574/wjarr.2023.20.1.21023. [18] https://www.garycrossleyford.com/blog/today-in-ford-history/henry-fords-plastic-hemp-car-january-13th-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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