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성남 등 외부 박차장 운영?..청주고속터미널 허위정보 탄로
언론에 밝힌 타 지자체 유사 사례, 사실과 달라
대구터미널, 179m 연결통로 별관에 박차장 둬
운수업계 "사업비 아끼려 외부이전 속내" 반발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충북 청주고속버스터미널 현대화사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용도변경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엔 박차장(버스 차고지) 외부 이전 문제가 터졌다. 업체 측은 성남, 부천 등 타 지역의 외부 이전 사례를 들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선진 사례로 꼽은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역시 179m 연결통로로 이어진 별관에 '실내' 박차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를 낀 개발을 하고자 타 지역에 있지도 않은 사례로 시민에게 허위 정보를 퍼트린 셈이다.
23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현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운영자인 ㈜청주고속터미널과 그 특수관계회사인 ㈜우민은 지난 6월18일 청주시에 건축 허가와 실시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사업자는 2017년 5월 청주시에 터미널 현대화사업을 제안한 뒤 2018년 11월 지구단위계획 조건부 승인과 올해 3월 건축·경관·교통심의위원회 조건부 의결을 받았다. 건축 허가와 실시계획 인가는 착공 전 마지막 단계다.
이번 절차를 통과하려면 박차장 등에 대한 교통 부서의 사업시행 인가가 선행돼야 한다. 박차장(泊車場)은 고속버스가 운행 전 대기하며 머무는 장소로서 현재 청주고속버스터미널 박차장에는 5개 운수업체 소속 50여대 고속버스가 있다.
사업자는 터미널 부지에 현 터미널 건물을 헐고 고속버스 승·하차장과 아웃렛 등이 들어서는 49층 복합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기존 매입한 업무시설(현 주차장)은 상업용지로 변경해 주상복합아파트 2개동을 올린다.
초고층 건물에 자리를 내준 박차장은 청주중앙교회 옆인 흥덕구 비하동 515-63 외 2필지로 이전한다. 전체 면적 6883㎡ 규모다.
사업자 측은 '쾌적한 환경'과 '도심 이미지 제고' 등을 박차장 외부 이전의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터미널 내 박차장으로 인한 소음·매연 민원 탓에 성남, 부천, 동대구, 서울도심공항터미널이 외부 박차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언론 인터뷰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존 부지 포화로 인한 외부 운영사례는 있어도 복합 개발을 전제로 한 박차장 전체 이전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01년 개설된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지하 3~4층에 박차장을, 2007년 문을 연 부천소풍터미널은 지상 1층 건물에 박차장을 각각 두고 있다. 외부 박차장은 따로 운영되지 않는다.
부천시 관계자는 "터미널은 실내 박차장만 운영하고 있다"며 "외부 공용차고지 3곳은 시내버스만 쓴다"고 전했다.
이어 "터미널 박차장이 외부에 있으면 (민원 등으로)난리가 난다"며 "1년 넘게 터미널 내 박차장으로 인한 소음, 매연 민원도 없었다"고 했다.
성남시 측도 "터미널 외부 박차장은 없다"며 "왜 성남이 청주고속버스터미널과 관련해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6년 문을 연 동대구복합환승센터도 청주와 사정이 다르다.
본관 건물 1~4층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승하차장으로 쓰면서 박차장을 별관 1층에 두고 있다. 본관과 별관은 지상 5층(본관 기준) 연결 통로로 이어져 있는데, 이 거리가 179m에 불과하다. 박차장 장소도 건물 내부여서 소음·공해로 인한 외부 이전 사례로 보기 어렵다.
반면,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이 계획하는 외부 박차장은 편도 1.6㎞나 떨어져 있다. 버스 운행 때마다 터미널 교차로도 지나야 한다. 업체 측이 우려하는 소음·공해는 교회 신도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이 사업에 대한 청주시 교통영향평가에서는 터미널 사거리의 평일 교통량이 3835대로 집계됐다. 고속터미널 현대화사업을 전제로 한 2025년의 평일(저녁) 교통량은 4796대로 1000대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주상복합과 대규모 판매시설로 가뜩이나 교통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속버스 수십대가 그 일대를 들락거려야 한다는 얘기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박차장은 터미널 건물 안에 얼마든지 둘 수 있다"며 "밀폐된 건물 안에 박차장을 두려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추가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사업자의 돈이 들 수밖에 없어 박차장을 밖으로 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터미널은 기본적으로 매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설인데, 매연이 무서우면 터미널을 운영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사업자가 거론한 서울도심공항터미널은 인천공항 승객을 위한 간이 승강장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 현대화사업의 마지막 행정절차를 진행 중인 청주시는 시외버스터미널 외부 박차장을 예로 들었다. 시 관계자는 "청주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 4개 업체가 편도 1.9~6.7㎞ 거리에 박차장을 두고 있다"며 "시외버스 박차장도 외부로 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터미널 박차장의 외부 운영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은 노선 증가에 따른 부지 부족으로 외부에 추가 박차장이 마련된 반면,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은 박차장 공간이 충분함에도 개발 사업을 위해 통째로 이전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시는 2017년 5월 국토교통부 질의에서 박차장을 반드시 터미널 부지에 둘 필요는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내 유사 사례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뒤늦게 사실 관계를 살펴보니 사업자가 밝힌 지자체의 외부 박차장 운영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2017년 1월 진행된 매각 조건 위반 여부도 수년째 논쟁거리다. 시는 2017년 1월 고속버스터미널 매각 공고 당시 20년 용도제한 조건을 걸었다. 박차장, 주차장, 승하차장, 유도차로 등의 시설을 '현 기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이를 어길 땐 계약을 해제한다고 명시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박차장 외부 이전을 문제 삼았으나 감사원에선 '불문' 조치를 내렸다. 청주시도 '현 기준 이상' 조건에 대해 "기능 유지를 의미하는 것이지, 시설을 기존 부지에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자의적 해석을 내놨다.
미래통합당 중앙당은 지난 1월 이 문제를 포함한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사업자와 청주시 담당 공무원을 배임, 업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뉴시스는 부천·성남 등 타 지자체를 외부 박차장 운영의 근거로 든 터미널 사업자 측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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