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수학여행 1번지, 경주 첨성대가 아스라이…
[백종현의 여기 어디]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촬영지
세기말 충청도 청춘 로맨스
90년대로 돌아간 K드라마는 많았다. 이를테면 ‘응답하라’ 시리즈는 부산과 서울에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전주에서 90년대 감성의 로맨스를 그렸다. ‘20세기 소녀’는 1999년 충북 청주를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청주 성안길과 중앙공원, 우암산 순환도로 등 청주를 대표하는 명소가 여럿 등장한다. 극중 벚꽃 명소로 언급되는 무심천, 럭키 아파트도 실제로 있는 장소다. 주인공 보라와 친구들이 다니는 가상의 ‘우암고교’는 청주의 진산으로 통하는 우암산(353m)에서 이름을 따왔다.
보라 일행이 불량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쫓기는 장면은 청주 성안길에서 촬영했다. 성안길은 ‘청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지역 최대 번화가인데, 좁은 골목을 따라 각종 상점과 노점이 밀집한 것이 서울 명동 거리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영화 ‘베테랑’ 하면 생각나는 후반부 명동 액션신도 실은 청주 성안길에서 촬영했다.
현진(박정우)이 오토바이에 보라를 태우고 달리던 우암산 순환도로는 청주에서 가장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다. 우암산 서쪽 기슭에 두 사람이 머물렀던 수암골 전망대가 있는데, 청주 출신인 방우리 감독이 “청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근래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이 들어서 데이트하기 좋다”며 청주 최고 명소로 꼽았다.
1세대 롤러코스터의 추억
‘20세기 소녀’의 수학여행 장면은 경북 경주에서 찍었다. 빤한 클리셰라고 해도 할 수 없다. 90년대 수학여행의 1번지는 누가 뭐래도 경주였으니까. 그 시절 우리는 이른 아침 눈곱을 떼며 석굴암에 올랐고, 불국사와 첨성대 앞에 모여 단체 사진을 남겼다.
‘20세기 소녀’ 보라의 수학여행도 여정이 비슷하다. 첨성대에서 단체 사진 찍고, 대릉원에서 자유 시간을 보낸 다음, 경주 특산물인 꾸지뽕 액기스를 사 먹는다. 바다 장면 역시 수학여행 단골 코스 중 하나인 경주 봉길리 앞바다에서 촬영했다. 신라 30대 문무왕의 수중릉이 있어 유명한 그 바닷가다. 이맘때처럼 일교차가 큰 날, 운이 좋으면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문무대왕릉,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영화 초반 에어쇼 견학차 찾았던 너른 초원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의 ‘바람의 언덕’이다. 임진각과 자유의 다리 등 한국전쟁의 여러 유산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인데, 10만㎡(약 3만평) 규모의 너른 잔디 언덕을 품고 있어 요즘은 가족 나들이 장소로 더 유명하다.
우암고 4인방이 놀러 갔던 놀이공원 장면은 과천 서울랜드에서 찍었다. 김유정과 변우석이 탔던 ‘블랙홀 2000’은 롯데월드의 ‘후렌치 레볼루션’, 에버랜드의 ‘롤링 엑스 트레인(옛 환상특급)’과 함께 1세대 롤러코스터로 꼽히는 놀이기구다. 최고 속도는 시속 85㎞. 1990년 도입한 이래 30년 넘게 비명을 싣고 달리고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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