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만 더…김연경, 통합우승으로 피날레 장식할까
“오늘 약간 울컥하더라. 우승하면 펑펑 울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흥국생명이 정관장에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승해 우승까지 1승만을 남기자 흥국생명 김연경(37)은 이렇게 말했다. 은퇴 시즌을 장식할 대망의 통합우승 앞에서는 천하의 ‘배구 여제’도 떨림을 지우지 못하는 듯했다.
이날 경기는 김연경이라는 존재의 무게를 분명히 보여준 명승부였다. 정관장에 1, 2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으로선 체력 등을 감안해 차라리 서둘러 경기를 끝내고 3차전에 대비하는 게 현명할 수 있었다. 김연경은 생각이 달랐다. 2세트까지 4득점으로 잠잠했지만, 3세트에만 8득점을 뽑아내며 대역전극의 시작을 알렸다. 흥국생명은 4세트를 큰 점수 차로 가져가며 승부를 원점을 돌렸다. 5세트, 흥국생명이 간발의 차(7-6)로 앞선 상황에서 백어택을 꽂아 8-6을 만든 김연경은 11~13점째를 모두 제 손으로 찍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김연경은) 은퇴를 앞뒀지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보여줬다. 책임감을 짊어지고 뛰었다”고 칭찬했다.
해외리그에서 뛰다가 2022년 V리그로 돌아온 김연경은 아직 챔프전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2022~23시즌 정규리그 1위였지만 챔프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가로막혔다. 이듬해인 2023~24시즌에도 챔프전에서 현대건설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2024~25시즌. 김연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1승만 더 보태면 통합우승으로 은퇴 시즌을 장식하게 된다.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릴 4일 챔프전 3차전이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2일 경기 직후 김연경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마지막 홈경기가 될 수도 있어서였다.
김연경은 “팬들도 우리가 (대전에서 우승을 확정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기를 원치 않으리라 믿는다”며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경기 전후, 그리고 내내 다양한 표정을 짓는 선수다. 하지만 눈물만큼은 거리가 멀다. 해외 여러 리그에서 우승하면서도 거의 눈물을 쏟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지막 우승 순간에는 김연경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는 “ 마지막 우승은 다를 것 같다. 3년간 챔프전 우승이 없었다”며 “우승한다면 펑펑 울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며 웃었다.
인천=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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