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정국·환율 불안에… 손 한번 못 써본 정부
금리 못 내리고 추경도 지지부진
한국 경제가 네 분기 연속 0.1% 이하의 저성장 늪에 빠져든 이유 가운데 하나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과 외환시장 불안으로 통화·재정 당국이 금리 인하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를 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롤러코스터를 타는 환율 탓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미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부동산에 볼모 잡혀 있다가 지금은 환율에 볼모 잡혀서 금리 인하 카드를 과감히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비상 대책인 재정 투입 카드도 빛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추경 편성 대신 본예산의 조기 집행으로 경기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었지만, 1~2월 정부 지출은 올해 예산의 17.3%에 그쳤다. 19.4%를 쓴 작년 1~2월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경기 부양 효과가 큰 토목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사업 집행 실적은 시멘트·철근 등 원자재 값 상승 여파로 부진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국 혼란의 늪에 빠져 5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비상계엄 보름 뒤인 작년 12월 18일 “추경은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며 추경 편성을 제안했지만, 정부와 여야 모두 추경 내용과 규모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기만 했다. 지난달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18일에야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23일 추경안 심사를 시작했지만 야당이 지역 화폐 증액을 요구하고 정부의 예비비 증액안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불 등 재해·재난 대응과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민생 안정 등을 위한 정부의 필수 추경을 서둘러 처리하고,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추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려면 의사들이 항생제 투약량을 두고 말다툼하지 말고 일단 투여해 환자를 살리고 나서 다음 처방을 고민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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