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99.99% 돈 묶인 건설사…이화공영 미스터리

방서후 기자 2025. 4.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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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방서후 기자]
<앵커>

나날이 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회생을 번복한 기업이 있습니다.

원조 테마주라 불리는 이화공영인데요.

기업회생에 더해 상장폐지까지는 면하게 됐지만, 99%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이화공영이 기업회생 신청한 게 불과 이달 초입니다. 그러다 약 3주만에 취소를 했는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기자>

기업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진 이후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전이기 때문에 시점이나 절차 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통상 기업개시 신청 한달 후에 개시 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화공영은 사실상 결정 직전에 회생 신청을 취소한 셈인데요.

이에 대해 이화공영 측은 "유동성이 확보돼 다시 한 번 자체적으로 빚을 갚아보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화공영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신청 취하 허가 신청서를 보면,

사옥 부지와 인근 토지를 매각해 단기 자금 부족에 대처하고,

필요한 경우 대주주 지분 이전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유동성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법원은 이런 이유로 회생 절차를 취소한다는 이화공영에 대해 허가 결정을 내렸고, 결국 3주만에 사태가 종료된 것이죠.

<앵커>

법원이 볼 때도 이화공영이 사옥 부지를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허무맹랑한 이야긴 아니라는 건데.

바꿔 말하면 충분히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소리잖아요? 그럼 굳이 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겁니까?

<기자>

말 그대로 '회생'이잖아요? 조금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청한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이화공영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울 만큼 막대한 부채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중인 건 맞습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비 급등으로 원가율이 치솟고 그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해 영업손실이 4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00% 이상 급증했습니다.

부채비율도 300%에 육박했고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억5천만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기업활동을 계속할 경우의 가치가 청산할 때보다는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겁니다.

청산가치가 더 컸다면 파산을 신청했겠죠. 쉽게 말해 우리 채무만 좀 조정해주면 앞으로 잘 해볼게. 이런 차원에서 법원의 보호막 아래로 들어가고자 했던 겁니다.

<앵커>

홈플러스나 신동아건설이랑 비슷한 사례였다는 건가요?

<기자>

물론 업종과 개별 기업 여건에 따라 상황은 천차만별일 겁니다.

하지만 이화공영을 비롯해 최근 회생을 신청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한 기업들이었다는 점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을 두고 병을 초기에 잡는 과정에 비유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최현영 / 법무법인 새한양 변호사: 쉽게 말해서 초기 암이 말기 암보다 수술하고 나서 회복의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말기암으로 가면 갈수록 회복 가능성이 없어지고 사망에 가까워지는 그런 결과를 낳게 되지 않습니까? 회생 절차도 유동성이 조금이라도 덜 악화된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밟는 것이 오히려 빠르게 부채를 정리하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화공영은 상장사입니다.

의사결정을 번복하면서 결국 피해를 입은 건 투자자들이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타임라인도 묘합니다. 회생 신청 직후 감사 의견 거절 공시가 뜨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회생 취하 신청과 별개로 상장폐지 이의 신청을 통해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화공영 입장에서 시간은 벌었지만 주주들은 1년 간 보유 주식을 거래할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돈이 묶인 셈이죠.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화공영이 채무 변제라든지 현재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발주처들과의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회생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이화공영은 서울 합정동 오피스텔과 서초동 DS타워 공사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고요.

여기에 더해 고의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고 상장폐지까지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건 지난해 연말부터 포착된 지배구조 변화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화공영 최대주주인 최삼규 회장의 장남 최종찬 대표이사가 10년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취득에 나선 건데요.

이미 경영 승계가 마무리된 이후 지분 승계만 남겨둔 상황이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화공영이 회생 신청 취소 사유에 대해 경영권 이전과 유상증자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업 쇄신을 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리하면 회생 신청과 번복을 통해 채무 부담은 물론,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율 부담까지 덜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기자>

지난해 기준 이화공영 전체 주주 가운데 99.99%가 소액주주입니다. 보유 주식 수로만 따지면 50% 정도 되고요.

투자자들 입장에선 일단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가 자구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예정된 기간보다 일찍 거래가 재개됐던 태영건설의 사례가 현재로선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입니다.

기업회생만은 면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지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건설사들은 회생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규 수주가 어려워 경영 정상화까지 가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데요.

전문가의 설명으로 듣겠습니다.

[최현영 / 법무법인 새한양 변호사: 건설사의 경우 하자보증이라든가 이행보증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이후에는 보증증권 발행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수주 자체가 어려워지고, 현금 사이클 자체가 막혀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김성오, 영상편집: 정지윤, CG: 정도원
방서후 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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