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최전선 中 상인 “美수출 가방 값 3배 껑충, 누가 사겠나”
“예전엔 핼러윈 가면 벌써부터 주문”… 하늘 가리키며 “윗선서 결정” 푸념
일부선 “美 재고 바닥나면 달라질 것”
한국 무역상들 새우등 터져… “美서 안낸 잔금 대신 내라” 압박
자오 씨는 기자에게 “이달 초 미국이 145%의 대(對)중국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해외 바이어의 온·오프라인 주문이 뚝 끊겼다”며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코로나19 봉쇄를 제외하면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책이 있느냐고 묻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윗선에서) 결정할 일이고 우리 같은 상인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푸념했다.
● 핼러윈 특수 사라져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상인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사 제품 가격을 보여줬다. 올해 초 7.8달러(약 1만1076원)에 팔던 소형 가방이 22.3달러(약 3만1666원)으로 3배 가까이로 뛰었다. 그는 “관세와 물류비 상승분을 반영했다. 누가 갑자기 3배로 오른 물건을 사겠느냐”고 토로했다.
다만 일부 상인은 통상전쟁이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는 만큼 양국이 어느 선에서는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드러냈다. 수건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A업체 관계자는 “미국 내 재고가 앞으로 한 달이면 바닥난다. 그때가 되면 미국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소비자 또한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다른 나라 상품을 쉽게 구하지 못할 것으로 자신했다.
실제 푸톈시장 일대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바이어들이 가득했다. 절삭기용 칼날, 전동 공구, 수도꼭지와 샤워기 호스 등이 인기 품목이었다. 욕실용 수도꼭지를 계약하기 위해 온 투르크메니스탄 바이어는 “중국 제품이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고 만족을 표했다.
다만 미국으로 수출하던 중국 기업이 당장 다른 국가로 판로를 바꾸거나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현지 무역업체 관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단가가 다소 높더라도 좋은 재질과 정교한 마감을 하지만 동남아나 중동으로 수출되는 제품은 낮은 가격이 최우선 조건이라 같은 업체가 생산해도 제품의 질이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 새우등 터지는 한국 무역상들
미국 업체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에 대한 추가 주문을 대부분 중단했다. 약 30%의 계약금만 내고 발주한 기존 물량도 인수를 미루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100%가 넘는 관세를 부담하고 통관을 할 경우 마진이 너무 낮아지거나 최종 소비자 가격이 높아져 사실상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영난에 처한 중국 제조 공장들이 그 부담을 중간 무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미국 측 구매 기업이 내지 않고 있는 잔금을 대신 내라고 압박하는 것. 한국 무역상 또한 이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우에서 22년째 무역업을 하고 있는 곽병규 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호놀룰루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여행 가방(캐리어) 등을 납품해왔다. 상호관세 부과 후 미국 측 거래 업체가 인수해가지 않은 캐리어 2000개가 그의 창고에 가득하다.
곽 사장은 “일단 기다려보겠다던 중국 제조 업체들이 이제 수억 원대의 잔금을 일단 대신 내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 거래처를 지키려면 대출을 받아 잔금을 메꾸거나, 물건을 직접 내다 팔아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통상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이 미국으로 가야 할 재고 물량을 한국 등 다른 나라로 ‘밀어내기 수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조 이우 한인회장은 “한국은 온라인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고 소비력도 미국과 비슷해 중국 입장에서는 타깃으로 삼기 좋은 국가”라며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중국 상품이 대거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 ‘제2의 테무, 알리’ 충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우=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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