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탄핵의 강 건너나… ‘대국민 사과’ ‘시대교체’ 목소리 커져
정가 “지지층의 보수 와해 우려 반영된 결과다”
安, 후보 3명에 “탄핵, 국민 앞에 사과하자” 제안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이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가나다순) 후보 4인으로 압축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층 기류에 일부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정국 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탄핵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대선 경선이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계엄·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 참석했던 나경원 의원이 1차 예비 경선에서 탈락하고, ‘시대 교체’를 내걸고 탄핵 찬성 입장을 견지한 안철수 후보가 4강에 진입한 게 그 징후로 꼽힌다.
안 후보는 23일 2차 경선에 오른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를 향해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자”고 제안했다. 안 후보는 본지에 “최근에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더니 지지자들이 탄핵 찬반을 다투기보다는 하나같이 ‘이재명을 이겨달라’고만 하더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온 안 후보가 강성 당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2차 경선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친윤(親尹) 인사들의 측면 지원을 받은 나 의원이 안 후보 대신 4강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안 후보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진행된 1차 경선을 통과하자 국민의힘에선 “계엄·탄핵과 단절하자는 당내 기류가 확산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대국민 사과’ ‘시대 교체’ 목소리 조금씩 커지는 국힘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1차 예비 경선은 중도층 민심과 멀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보수층의 의지가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탄핵 심판 국면 때 보수층에서 조성된 ‘탄핵 반대’나 ‘윤 어게인(YOON AGAIN)’ 정서에 계속 붙잡혀 있다가는 대선 패배는 물론 보수 정치 세력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수층의 위기감이 작동한 것 같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에선 전날 발표한 2차 경선 4강 진출자 결과를 두고 “당원·지지층의 탄핵 찬반 지형이 여전히 4대6 정도인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2차 경선은 ‘탄핵 반대’를 주장해온 김문수·홍준표 후보와 ‘탄핵 찬성’ 입장을 견지한 안철수·한동훈 후보의 2대2 구도로 짜였다. 하지만 김·홍·한 후보의 1차 여론조사 경선 득표율이 각각 20%대를 기록하며 초접전 양상이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안 후보는 이 세 사람보다 다소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득표율 분석을 감안하면 당원과 지지층의 탄핵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는 다소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압축한 1차 예비경선과 달리 2차 경선부터는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29일 후보를 2인으로 압축한다. 최종 경선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어 내달 3일 최종 후보가 확정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탄핵 반대론이 우세한 당심(黨心) 확보에서 김·홍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전히 탄핵이 비상계엄 선포를 촉발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 때문이란 당원들의 인식이 상당하다”라며 “당심이 절반 반영되는 2차 경선부터는 탄핵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선명히 보이는 쪽이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계엄·탄핵과 단절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당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자고 설득하는 후보들이 탄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인 지난 7~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社)가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의 관계 설정’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334명)의 23%가 ‘출당시키고 정치적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36%가 ‘중립적 입장에서 법적 절차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59%가 윤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계속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37%였다.
국민의힘 1차 경선에서 나경원 의원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탄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대선 출마 선언을 전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도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1차 여론조사 경선에서 탈락했다. 반면 3강으로 분류된 한동훈 후보는 물론 탄핵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 등을 주장해온 안철수 후보까지 4강에 오르면서 계엄·탄핵 사태와 단절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지지층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는 이날 “우리 당이 계엄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마음이 많은 국민의 의지로 모이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차 경선부터는 탄핵 찬반 여부보다는 ‘어떤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고 했다. 1차 경선에서 “계엄·탄핵 문제와 단절하자”는 주장이 조금씩 힘을 얻으며 탄핵 반대론이 강했던 국민의힘 내 기류가 변화할 조짐이 나타난 만큼, 지금까지 관망해온 국민의힘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탄핵 찬성) 대 2(탄핵 반대) 대결 구도로 짜인 2차 경선부터는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찾는 전략적 선택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의힘 후보는 보수 혁신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중도층과 함께 가는 게 승리하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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