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살기 은퇴자가 3개월 살다 떠날 때 아쉬워한 동네죠”

2025. 4.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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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창원 은퇴자 마을 기획자 인터뷰
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장경순(왼쪽부터) BNK경남은행 과장, 강재현 합포문화동인회 이사장, 이하진 경남행복내일센터 팀장이 지난 9일 경남 창원시 합포문화동인회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_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강재현(합포문화동인회 이사장) : 변호사로 활동 중이고, 1977년 이후 48년간 매달 1회 다양한 분야의 석학·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합포문화강좌 운영 기관인 합포문화동인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인회 회원들이 운영비를 십시일반 모아 무료 강연을 연다. 강좌가 창원 지역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의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

장경순(BNK경남은행 과장) : 창원 지역 은퇴 예정자나 은퇴자의 재무적 문제에 도움을 드리고 있다. 부산에 살며 창원으로 출퇴근한다.

이하진(경남행복내일센터 팀장) : 경남행복내일센터는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신중년(50~64세) 지원기관이며, 저는 센터 사업기획과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_ 수도권에는 없는 창원만의 독자적 매력은.

강재현 합포문화동인회 이사장

강 : 서울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대체 가능한 존재’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고향 창원으로 돌아왔다. 일반 직장인은 좋은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가 적합하겠지만, 전문직은 평판과 인맥을 구축하기 용이한 중소도시가 유리한 면이 있다. 또 마산과 창원은 개항 도시로 시작했기 때문에 외지인을 잘 포용하고, 문화도 개방적이다.

이 : 이웃들 출신 지역도 다양하고, 사투리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지역 텃세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이주한 분들이 “창원을 정말 살기 좋은 도시다”라고 말하는 경우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창원은 대도시처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도시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다. 또 바다가 가깝고, 공원도 많아서 자연을 언제든 누릴 수 있다. 구 단위로 시민 생활체육시설들이 있어 수영장 파크골프 등 다양한 운동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병원도 많고 타지와 연결되는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도 액시세대를 위한 동아리나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다. 행복내일센터의 하모니카 동아리 회원 중 한 분은 수원으로 이사했는데도, 한 달에 두 번 KTX를 타고 창원에 와 연주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장 : 제가 은퇴 후 거주지를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긴다면 그 이유는 창원의 잘 갖춰진 인프라와 함께 창원 주민들의 포용성과 친절함 때문일 것이다.

_수도권 거주 은퇴자가 좀 더 저렴한 주거비와 쾌적한 환경을 찾아 창원을 찾는 경우가 있나.

이하진 경남행복내일센터 팀장

이 : 서울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전국을 돌며 한 달 살기를 하는 분이 있었는데, 창원에서 지낼 때, 경남행복내일센터를 찾아온 적이 있다. 첫 방문 후 거의 매일 센터를 방문해 컨설팅도 받고, 문화 강좌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모든 지원은 지자체의 지원으로 무료로 운영되며,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보니, 이용하는 분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거주지 인근에 도서관도 많고, 시설이 깨끗하고 이용하기도 편리하다고 너무 만족해하며, 예정보다 긴 3개월간 머물다 떠나면서도 너무 아쉬워했다. 그분을 통해 ‘창원이 은퇴 세대에게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도시구나’라는 걸 확인했다.

_창원으로 이주하려는 외지 은퇴자 유입을 더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강 : 수도권에 살다 비수도권으로 이주하고 싶을 때 가장 큰 장벽이 배우자의 반대다. 합의하지 못하면 이주할 수 없다. 청년의 비수도권 탈출 이유도 비슷하다. 여기 머물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난 운 좋게 아내가 마산 출신이라 30년 전에 같이 이주했는데, 그때도 아내가 망설였던 부분은 “마산에서는 FM 라디오가 잘 안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대적 문화 결핍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수도권에서 탈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와 평화다. 젊었을 때는 그게 지루함과 퇴보처럼 느껴졌다. 비수도권 지역 지자체가 유입 인구를 늘리려면, 젊은 세대보다 액시세대를 타깃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 지금 각 지자체의 인구 유입 정책이 대부분 청년 쪽에 집중돼 있어, 액시세대를 위한 예산은 극히 일부이고, 그마저도 대부분 일자리 지원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액시세대는 우리나라 인구 구조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지원이 지자체별 특성에 맞게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미 조성된 액시세대들의 자생적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좀 더 포괄적인 정책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장경순 BNK경남은행 과장

장 : 작년 정부에서 ‘청년 친화도시’를 선정했다. 경남에서는 거창이 선정됐다. 결과를 보고 ‘청년 인구가 적은데 어떻게 청년 친화냐’는 반응이 많았다. 과거 여성 친화도시 정책도 있었는데, 결국 전국 100여 곳이 여성 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정부의 지자체 지원이 대부분 이렇게 피상적이고 일회적이다.

강 : 이번 달 합포문화강좌에서는 “숫자로 마산을 자랑하던 과거는 이제 잊고, 살기 좋은 마산에 초점을 맞추자”는 주장이 나왔다. 수도권에 비해 창원이 갖는 한계도 있지만, 그만큼 주도적으로 원하는 일을 펼칠 기회도 있다.

장 : 지금 지방대학은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여 있지만, 액시세대를 위한 교육시설로 전환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액시세대는 학위보다 배움 자체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충족할 교육시설이 부족하다. 창원의 한국폴리텍대학에서는 신중년 특화 기술 훈련 과정을 운영하는데, 교육 과정을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

글 사진 정영오 논설위원 정리 민채윤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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