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상행동이 강력범죄로…봉천동 방화에 불안한 ‘아파트 일상’

김가윤 기자 2025. 4.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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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을 빚었던 과거 이웃 집을 상대로 한 방화 범죄가 벌어진 서울 봉천동 아파트 주변에 사는 김기백(42)씨가 22일 10살 딸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며 말했다.

이날 봉천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방화 피해자(401호 주민)의 아들 정아무개(45)씨도 층간소음으로 ㄱ씨와 갈등을 겪는 동안 도움을 구할 데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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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날 발생한 방화 범죄로 화재가 발생한 서울 봉천동의 한 아파트가 검게 그을려 있다. 장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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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크죠. 일상적인 갈등이 여러 사람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된 거잖아요.”

‘층간소음’ 갈등을 빚었던 과거 이웃 집을 상대로 한 방화 범죄가 벌어진 서울 봉천동 아파트 주변에 사는 김기백(42)씨가 22일 10살 딸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며 말했다. “언쟁이나 다툼은 피하고 조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전날 화재로 방화 용의자 ㄱ씨(61)는 숨졌고, 주민 2명은 전신화상을 입었다. 주민들은 방화 사건 하루 뒤에도 창문이 뜯겨진 채 검게 그을린 상태인 화재 발생 현장을 두려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일상적인 생활 공간인 아파트에서 충격적인 방화 범죄가 일어나면서 ‘집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시민들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 살며 흔히 겪는 층간소음 갈등이 범죄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생활 속 갈등을 중재할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방화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건물 바로 옆 동에 사는 이아무개(63)씨는 “(저희) 윗집도 아이들이 살아서 소음이 없는 건 아닌데 어떻게 불까지 낼 수가 있느냐”며 불안해했다. 아들 가족이 화재가 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강원경(63)씨도 “혹시나 우리 손주가 층간소음의 원인이 돼 범죄 대상이 될까봐 너무 두렵다”고 했다.

21일 오전 방화로 불이난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가 주촤돼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집단적인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서 크고 작은 갈등은 빈번하다. 층간소음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통계를 보면, 2012년 8795건이었던 전화상담 건수는 지난해 3만3027건으로 4배 늘었다. 아파트 등 집합주거 공간에선 주차 다툼이나 이웃의 이상행동 등 다양한 갈등 요소도 도사린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흡연구역에선 이상행동을 보이던 주민이 이웃 주민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ㄱ씨 또한 평소 사람들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공권력이나 기관이 개입해 주민 갈등을 중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생활 갈등은 범죄가 되지 않는 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자치의 영역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날 봉천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방화 피해자(401호 주민)의 아들 정아무개(45)씨도 층간소음으로 ㄱ씨와 갈등을 겪는 동안 도움을 구할 데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와서도 ‘대화를 잘해서 풀라’고만 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자기들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갈등을 해결해 줄 곳이 없었다. 모두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정씨 어머니는 전신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강력범죄로까지 번지는 생활 갈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 중재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공동생활에서 각종 갈등상황을 중재해주는 기관이 필요한 때다. 방화로까지 번지는 극단적인 갈등 속에선 법적 권한을 가진 기관이 아니면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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